李대통령, 고개 숙인채 입장…굳은 표정 퇴장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8.05.2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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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3개월만에 "송구하다" 고민 묻어나

이명박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들어왔다. 단상에 올라서자 더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어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제 탓"이라고 말했다.



↑ 이날 자리에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각부 장관과 류우익 대통령실장, 김중수 경제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앞줄 오른쪽 끝에서 두번째)이 배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자리에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각부 장관과 류우익 대통령실장, 김중수 경제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앞줄 오른쪽 끝에서 두번째)이 배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2일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된 대국민 담화에서 이 대통령은 내내 굳은 표정으로 수십 대의 카메라 프래시를 받았다.

8분여 동안 담화문을 낭독한 특유의 목소리는 톤이 높아지거나 낮아지지도 않았지만 평소보다 한층 더 쉬어 있었다. 취임 3개월만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하기까지의 고민이 묻어났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지금까지 국정 초기의 부족한 점은 모두 제 탓"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선 잠시 말이 멈췄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대목에서도 야당에 '고개'를 숙였다.

"전례없이 임기 말에 국회를 열어준 여야 의원들께 감사 드린다"는 말은 사실상 야당 의원을 향한 마지막 '러브콜'이었다.


이 대통령은 "부디 민생과 국익을 위해 용단을 내려줄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지난해 여당으로 한미FTA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낸 통합민주당에 협조를 거듭 구했다. 담화문 발표 전 배포된 자료엔 '다시 한번'이라는 표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을 낭독하고 다시 두차례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질의응답 없이 입을 굳게 다문 채 퇴장했다.



내외신 기자 100여명은 브리핑룸을 가득 채운 채 이 대통령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뒤돌아 나가는 이 대통령의 등 뒤로 다시 한번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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