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단기조정? 약세장 전환?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5.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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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시장이 국제유가의 급등 여파를 본격적으로 받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 인도분이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가 들썩인다. 미국 뉴욕증시가 이에 따른 파장으로 1.7%급락했다. 국내증시도 이같은 현실을 피해가기 힘든 양상을 보인다.

코스피지수는 22일 오전 장중 1814까지 급락하는 등 혼돈에 빠진 이후 체력을 회복해 200일 이동평균선이 맞물리는 182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3거래일째 약세를 보이면서 향후 움직임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베어마켓랠리(약세장 속 반등)가 끝나고 본격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지, 아니면 단기 충격에 그친 뒤 하반기부터 베어마켓에서 벗어나 본격 상승을 시작할 지 등 의견이 분분하다.

공통적으로 꼽는 대목은 올초처럼 1537선까지 내려앉는 급락장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주가가 베어마켓을 탈피해 전고점인 지난해 10월말 2064선을 넘어서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급상승에 따른 건전한 조정, 하반기에는 충분히 전고점 넘는다"

최근 주가의 하락세는 3월 중순 이후 코스피지수가 24%넘게 오른데 따른 건전한 조정이라는 시각이다.

신성호 동부증권 (6,010원 ▲30 +0.50%)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조정은 3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급등한 부분을 유가상승을 핑계로 조정받는 것으로 본다"며 "유가를 제외한 다른 여건을 고려하면 연말까지는 코스피지수의 2200선 도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가는 상승세는 이어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과열 영역에 들어왔다는 판단이다. 추가적으로 빠른 상승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게 신센터장의 시각이다.

신센터장은 "미국 달러화의 약세도 진정되고 있고 세계 경기 차원에서 보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단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 보면 유가급등으로 수혜를 보는 러시아나 남미 국가들의 소비가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수출중심인 국내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시장이 위축되더라도 이들 오일달러 기반의 신흥시장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수출효과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센터장은 "4월까지 현대차를 예로 들면 미국과 유럽은 경기위축으로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러시아나 남미 등 다른 지역은 판매량이 증가했다"며 "전체적으로 올해 현대차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16% 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기업으로서는 유가급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환율 효과와 더불어 충분히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목은 유가 상승에 대한 의존도가 약해 내수둔화는 있겠지만 주력 수출상품의 상쇄로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국내증시도 수출확대로 인한 효과발생으로 IT나 자동차주가 뒤를 받치면서 점차 생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견해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조정을 "단기조정"이라고 단언했다.



김센터장은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며 경기선행지수도 좋아지는 등 각종 지표가 청신호를 켜고 있다"며 "큰 흐름상에서는 상승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6월 이후 미국의 경제지표가 방향전환을 하면서 경기가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3분기부터는 미국경제의 턴어라운드가 시작될 것으로 김센터장은 본다.

국내증시도 이에 연동해 3분기에는 베어마켓랠리를 끝내고 본격적인 오름세에 가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센터장은 "유가도 단기과열 측면이 보이고 있어 급등세 지속이 어렵다"며 "2009년 말까지 코스피지수가 3000에 이른다는 관점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경기침체로 글로벌증시는 약세에 허덕일 것"

반면 유가급등은 미국의 경기침체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글로벌시장도 동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베어마켓랠리에서 탈피해 본격 상승세로 국내증시가 전환하는데는 오랜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종우 HMC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그만 악재로도 주가가 강하게 내려가는 것은 유가급등보다 소비둔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가 공포로 대두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그동안 급등하는 상황에서 여러 변수가 혼합돼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주가가 오르는 동안에는 좋게 나오는 지표 등 변수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일부 좋은 지표보다는 유가급등으로 촉발된 글로벌증시의 침체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약세장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이센터장은 강조했다.

이센터장은 "베어마켓랠리는 지속된다"며 "국내증시는 올해 1월과 2월 같은 급락은 없겠지만 계속해서 조금씩 밀리는 형태가 나타날 것"이라고 관망했다.

코스피지수가 강도는 약하지만 길게 밀리는 형태로 현재 전환중이라는 해석이다.



이센터장은 "3분기 중반에 1600선초반까지 내려앉은 뒤 이후 오름세로 전환할 공산이 크다"며 "경기침체와 관련된 악재가 추가로 국내경제를 자극하면 지수가 더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46,650원 ▼850 -1.79%)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급등으로 촉발될 물가급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소비위축으로 기업실적이 둔화되면서 증시는 전반적으로 약세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유가에 취약한 국내 경제 구조상 물가상승 압력은 필연적이며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경제의 침체로 이어져 기업실적이 악화돼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센터장은 "그동안 국내증시를 비롯한 글로벌증시는 유동성으로 버텼지만 물가상승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면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옅어지고 있다"며 "베어마켓을 멋어나 본격 상승세로 돌아서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1715선~1840선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며 오히려 유가 상승 효과가 본격화되는 2009년부터 경기침체로 증시는 더욱 어려움에 맞닥뜨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센터장은 "현재로서는 2000선 돌파와 같은 재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생각보다 좋지 않은 상태로 물가 우려가 지속되면 전저점인 1540 이하로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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