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 날개꺾인 항공사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5.2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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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항공, 비상대책 발표..주가 24% 폭락

국제유가가 21(현지시간) 배럴당 133달러마저 넘는 폭등세로 전환한 가운데 미국 항공사들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연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영차질이 심각한 것이다. 급기야 상식 밖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아메리칸 항공은 이날 항공편을 대거 줄이고 이 동시에 수천명의 직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일단 연말까지 축소되는 국내 항공편수는 500편 정도다. 탑승객 수 감소량도 애초 1.5%에서 4%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또 치솟는 유가로 미국 항공산업에 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 건의 화물을 검사해주는 대가로 15달러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했다. 여기에 티켓 예약과 애완동물 탑승, 대형 화물 등에 대해 별도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 항공사는 최근 유가가 배럴당 133달러를 넘고 2016년에 인도되는 유가는 142.14달러까지 오르자 '비정상적인' 비상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화물 검사에 대해 15달러나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 자체가 상식을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항공사들의 사정이 악화됐음을 보여준다.



아메리칸 항공의 제라드 아페이 최고경영자 겸 회장은 "현재의 항공사들은 배럴당 125달러 이상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요즘처럼 유가 급등이 미국 경기침체와 맞물려 나타나면 버틸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경기침체로 항공 수요가 줄어 매출은 주는데 유가 급등으로 비용은 전례없이 급증하고있다는 것이다. 아페이 회장은 "가만히 앉아서 어려운 여건이 개선되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비상 대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파산을 피한 유일의 미국 토종 항공사인 아메리칸 항공은 유가 급등에 따라 연간 30억달러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제시했다. 유가 급등으로 막대한 적자가 예상된다는 흉흉한 전망에 따라 주가는 이날 24%나 폭락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새뮤얼 보드만 미에너지부 장관은 "공급은 늘지 않는데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며 수급 상황이 워낙 안좋아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는 "수요 증가가 억제되는 수준까지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1월 이후 장기 유가 선물 가격은 60%나 올랐다. 현물 가격은 35% 올랐다.

한편 뚜렷한 적을 두지 않는 독립 애널리스트인 크리스 태리는 최근 "항공사들이 유가상승과 승객 감소에 따라 올해 400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9·11테러로 타격을 입은 2001년의 적자는 120억달러였다. 그는 기록적인 유가 상승으로 올해 전세계 항공사들은 650억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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