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패닉'… 할 말 잃은 월가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5.22 05:31
글자크기

"예측 의미 없다"… IEA도 전망 수정할 듯

국제유가가 21일(현지시간) 배럴당 133달러마저도 가볍게 넘어섰다.

월가에서는 유가가 예측할수 없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들어섰으며 단기적으로 유가를 예측하는게 의미가 없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원유 컨설팅 그룹 플랫츠의 린다 래필드는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기정사실(fait accompli)로 굳어졌다"며 당분간 시장논리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벌론 트레이딩의 필 플린 역시 "투자자들은 유가상승을 뒷받침할만한 자료에만 주목하고 있다"며 시장의 패닉상태를 지적했다.

◇ 수입 감소..급등 도화선



WTRG이코노믹스의 제임스 윌리엄스는 "원유재고 발표는 유가 상승을 정당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지난 한주간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0만배럴 줄어들었다"지적했다.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는 전주보다 532만배럴 감소한 3억2040만배럴을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주 원유재고가 오히려 30만배럴 늘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재고감소의 직접적인 이유는 수입량 감소. 지난주 미국의 원유 수입량은 하루 평균 920만배럴로 지난주에 비해 69만6000배럴 감소했다.

정유시설 가동률이 87.9%로 1주전에 비해 1.3%포인트 높아져 공급에 긍정적 기능을 하게 된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 설자리 잃는 낙관론..IEA도 전망수정 할듯

단기 수급 수치가 이같은 '패닉'을 불러올수 있었던 것은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중동과 아프리카 등 산유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수년간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수요가 급증해왔다. 최근에는 중국 대지진과 같은 예기치 않은 변수까지 겹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급격히 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까지도 국제 원유공급이 수요증가에 맞춰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현재 하루 8700만배럴 규모인 원유 공급량은 2030년 1억1600만배럴까지 늘어난뒤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IEA는 시추시설의 노후화와 투자부족으로 인해 향후 20년간 공급량이 1억배럴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 비롤 IEA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공급량을 늘리기 위한)투자 규모가 예상했던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IEA의 전망치가 수정될 경우 '배럴당 150달러'이상의 유가를 정당화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달러·연기금·애널리스트...'시장요인'가중

원유와 '대체 투자자산'관계에 놓여 있는 달러가치의 지속적인 하락 역시 유가 하락반전을 가로막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21일에도 전날보다 0.9% 상승(달러가치 하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이날 발표한 FOMC 이사록을 통해 추가금리 인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음에도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로 달러화 약세추세에는 제동이 걸리지 못했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국제유가와 곡물, 금속 등 상품가격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20일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마스터스 캐피털의 마이클 마스터스 이사는 "기업, 정부 연금펀드, 국부펀드, 대학장학기금 등 상품선물시장에 새로 뛰어든 기관들이 상품인덱스 투기를 통해 가격을 급등시키고 있다"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130달러에 육박하면서 월가의 유가 전망치 상향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2년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기관들의 유가 전망치 상향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어 '배럴당 150달러'가 낯설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