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날 오전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단기외채 증가 원인을 분석 중이며 이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업체와 해외펀드 관련 투신사들의 선물환 매도로 인해 단기 차입이 크게 늘어난 데다 경상수지 적자로 순채무국 전환이 현실화한 점을 우려한 것이다.
◇단기 외채 얼마나 늘었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잔액은 지난해말 1587억4700만달러로 1년새 450억달러 증가했다. 단기외채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97년말 637억5700만달러에서 2001년 402억9300만달러까지 줄었다가 2006년부터 1000억달러선을 넘어섰다. 전체 대외채무는2006년 2600억6100만달러에서 지난해 3806억6500만달러로 증가했다.
단기 외채가 늘어난 것은 조선업체들이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물환 매도를 한 영향이 컸다. 이에 달러화가 부족해진 금융기관들이 단기차입이나 스와프 거래를 늘리면서 단기외채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외국계은행들이 내외 금리 차익을 노린 재정거래를 늘린 것도 한 원인이 됐다. 해외펀드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달러가 필요해진 것도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외채 증가는 지난해부터 제기된 문제로 금융감독 당국이 이미 은행 창구 지도 등을 통해 관리해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에는 단기로 자금을 빌려와 장기로 운용을 하면서 만기가 불일치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자금이 단기화돼 있는 상태로 우리 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도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정부 의도는= 정부는 왜 단기외채 문제를 이 시점에서 꺼냈을까. 시장 일각에서는 환율을 올리기 수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단기외채를 억제할 경우 달러화 공급이 더욱 줄어 원/달러 환율을 끌어 올릴 수 있다.
조만간 순채무국으로 전환하는 것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06년 1000억달러가 넘던 대외 순채권이 지난해 350억달러로 급감, 순채무국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을 금융기관들의 단기외채 탓으로 돌려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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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그러나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단기외채 문제는 금융시장만의 문제도 아니어서 시장이 자체적으로 호흡할 수 있게 어느 정도 놔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도 "정부가 자꾸 말을 바꿔 시장을 호도하고 있는 것 같다"며 "환율을 끌어올리면 일부 수출기업들이야 좋겠지만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