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키운 시장, 업계 강자들 '눈독'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5.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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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커지는 음식물처리기 시장

‘죽 쒀서 개 주나?’

루펜리, 한경희 등 신흥 중소기업이 키워온 가정용 음식물처리기시장에 중견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웅진, 린나이 등 가정용 생활기기 분야의 공룡들이 생활가전시장에 특화전략을 내세우며 시장 석권에 나섰다.

상황이 바뀌자 기존 시장에서 선전해온 중소기업들도 또 자사의 방식이 최고라며 열을 올리는가 하면 경쟁업체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등 전면전에 나섰다.



음식물처리기의 방식은 크게 세 가지. 뜨거운 바람을 이용해 음식물쓰레기를 말리는 열풍건조식, 음식물을 잘개 쪼개서 말리는 파쇄건조식, 미생물의 분해작용을 이용해 처리하는 바이오식으로 나뉜다. 최근 출시되는 음식물처리기는 두가지 이상 혼합해 사용하기도 하고 밀봉기능을 더하기도 한다.

이 같은 처리방식을 두고 업체들은 성능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며 경쟁사의 제품을 평가절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음식물처리기 후발주자인 한 중소기업 마케팅 담당자는 “○○에서 5월에 출시한 제품은 배수구로 냄새를 강제로 빼내는 방식인데 문제가 있다”며 “단독주택의 경우 문제가 없겠지만 아파트에서는 배수구의 배관 압력 때문에 역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깎아내렸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의 신제품은 소음도 크고 부피가 많이 줄지 않는 문제점이 있는데도 과대포장해서 홍보하는 경향이 있다”며 “과열경쟁체제에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좋은 제품을 출시한 쪽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의 시샘은 선두권을 지속하고 있는 루펜리의 독주를 제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루펜리는 지난해까지 9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매출 1000억원에 13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판도에 대해 대부분의 경쟁업체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루펜리가 지난해 높은 실적을 올리기는 했으나 판매 채널이 다양한 생활가전시장에서 전체 매출에 대한 통계는 어느 곳에서도 나온 적이 없다는 것이 경쟁업체들의 반응이다. 특히 중견기업들은 ‘새 판을 짜겠다’며 매출에 대해 특별한 언급없이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중견기업들 앞다퉈 음식물처리기 시장 공략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는 곳은 린나이다. 린나이는 탤런트 김래원과 1년 계약을 맺고 음식물 처리기 ‘비움’의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린나이는 6월 SBS 월화드라마 ‘식객’에서 주인공인 성찬 역을 맡은 김래원의 이미지와 비움의 이미지가 잘 맞는다는 판단 하에 같은달 공중파 TV광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비움은 프리스탠딩형 제품으로 독립형 필터방식으로 장소에 관계 없이 어디에서나 사용 할 수 있다. 린나이는 다양하고 산뜻한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컬러를 간편하게 교체할 수 있는 ‘컬러 페이스’ 방식을 채택했다.

보급형은 음식물 종류에 상관없이 투입이 가능하며 음식물 쓰레기량을 1/5로 줄여 처리할 수 있다. 또 소음을 업계 최저 수준인 31dB으로 낮추고 전기료도 절전모드를 채택해 절약할 수 있도록 했다. 처리 용량 5리터에 가격은 10만원 대 초반으로 책정돼 있다. 이 제품은 2008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 음식물 처리기 부문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렌탈시장의 절대강자인 웅진코웨이도 음식물처리기 '클리베'를 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연수기와 함께 5대 주력상품에 포함시키며 선두경쟁에 뛰어들었다. 웅진코웨이는 그동안 방문판매 위주로 진행했던 음식물처리기를 시중판매까지 확대해 시장을 점유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웅진코웨이 관계자는 “하이마트, 이마트, 전자랜드 등 시판용 루트를 확대하고 있다”며 “유통채널이 확대되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는 기존 음식물처리기시장의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공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10시간이 넘는 가열ㆍ온풍방식의 일반 건조식 방식에서 탈피해 140도로 태운 뒤 갈아서 분말로 만드는 분쇄식을 채택했다. 웅진코웨이는 갈아서 처리한다는 특징을 살려 ‘갈릴레오’를 컨셉으로 잡고 광고를 진행 중에 있다.

게다가 2시간이면 분쇄되는 처리속도, 1/10 수준의 쓰레기 부피 감소 등은 클리베가 갖는 강점이다.

또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새로운 모델명 WM05F를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다. 다만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 음식물처리기로는 다소 비싼 50만원대가 제품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웅진은 이 같은 부담을 렌탈이라는 채널을 통해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방문판매 라인 최고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맞는 420만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보급 수준을 끌어올려 음식물처리기 시장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윤현정 전략기획본부장은 “웅진코웨이의 1만2000명에 달하는 코디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제품을 관리하고 점검하기 때문에 위생이 중요시되는 생활가전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열풍건조방식의 음식물처리기를 내놓고 시장에서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단일제품이라는 한계를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박힌 돌’ 중소기업, 지키기 돌입

업계 선두를 달리는 루펜리의 루펜은 1위 수성을 위해 제품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과 모델로 30만원대에서 최근 9만원대의 저가형 모델까지 내놨다. 최근 저가 모델이 성장하는데 따른 사전 시장 석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음식물처리기로 업계에서 우뚝 선 여성 CEO 이희자 대표는 LF시리즈를 계속 출시해 음식물처리기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겠다는 계획이다. 루펜리는 제품 판매 시 1세트의 탈취필터를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방송사 협찬 등 지속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생활가전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한경희 생활과학의 ‘미니’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니라는 이름에 걸맞게 음식물처리물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으로 제작돼 1/10의 부피로 축소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분쇄와 고온건조 방식을 혼합했으며 처리 시간을 단축시킨 제품이다. 탈취 필터를 장착했으며 필터 교환 주기는 5~7개월이다. 가격은 19만8000원이다.

수출 전문업체인 오클린도 5월까지 가정용 모델에 대해 10% 가격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발효미생물인 아시드로를 반영구적으로 사용해 음식물을 분해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악취는 나노 탈취방식으로 제거해 유지비가 들지 않도록 설계했다.

엠원테크에서 판매 중인 한큐애는 입소문으로 크게 성장한 케이스. 단 10초면 분쇄에서 압착, 비닐밀봉포장까지 이뤄져 순환건조방식 등과의 차별성을 무기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편 파쇄건조방식으로 음식물쓰레기의 부피를 1/20까지 줄이면서 1년에 한번만 파쇄물을 처리하는 음식물처리기가 나와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가우디환경은 5월21일 하루 최대 5kg의 음식물을 처리하면서 커피가루 형태로 잔존물을 남기는 ‘네이처’라는 이름의 음식물처리기를 출시했다.

필터 등 소모품을 별도로 구매할 필요가 없으며 은나노로 악취와 가스를 탈취한다. 판매방식도 렌탈과 일시불로 가능하다는 면에서 잔존물 형태가 비슷한 웅진코웨이의 클리베와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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