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 급증? 외환위기 재발은 없다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5.21 17:22
글자크기
- 단기외채 2년새 2배 이상으로 급증
- 정부, 단기외채 급증 억제대책 검토
- 전문가 "경상수지 개선 등 근본대책" 주문


단기외채 급증을 놓고 말들이 많다. "외환위기 재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고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단기외채 급증이 반가운 일은 아니다. 정부는 조심스레 대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단기외채 급증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기보다는 경상수지를 흑자 기조로 돌려세우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2005년말 1879억달러에서 지난해말 3807억달러로 2년새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2005년 1207억달러에서 지난해말 348억달러로 급감했고 올 들어서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순대외채권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순채무국이 된다.

재정부는 오는 6∼7월쯤에는 우리나라가 순채권국에서 순채무국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0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외채가 급격히 불어난 것이 순대외채권 급감의 주된 이유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 잔액은 2005년말 659억달러에서 지난해말 1588억달러로 늘었다. 전체 외채 가운데 40% 이상을 차지한다. 4월말 외환보유액 2605억달러과 비교하면 60%가 넘는 수준이다.

단기외채 급증은 외환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외국계은행 지점들이 한꺼번에 국채를 팔아 달러화로 바꿀 경우 대외지급에 문제가 생길 우려도 있다.



정부가 단기외채 급증에 대한 대책을 고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중경 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단기외채 증가 원인을 분석 중"이라며 "이를 억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외채 급증에 과민반응할 필요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단기외채의 성격이 외환위기 전과는 다르다. 외환위기 직전에는 종금사 등 국내 금융사들이 단기외채를 끌어와 장기로 대출하면서 ‘미스매치'(기간 불일치) 문제를 초래했다.

경상수지도 만성 적자였다. 이런 이유로 1994년말 183억달러였던 순대외채무가 1997년말 681억달러로 급격히 불어났다.



반면 지금은 수출 호황 속에서 기업들이 달러화로 받을 수주대금을 선물환으로 먼저 내다 팔 때 은행들이 이를 사들이면서 위험분산(헤지)을 위해 외화를 빌려오는 것이 단기외채의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 비율로 봐도 우리나라는 35%로 영국(425%), 독일(148%) 등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대개 자본거래가 자유화된 금융선진국들은 GDP 대비 외채 비율이 높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가뜩이나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때문에 외화 들여오기가 힘든데 정부가 단기외채에 규제까지 하면 환율이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단기외채 급증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경상수지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원/달러 환율을 지금처럼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경상수지를 개선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