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할머니' 이어 '호떡할머니'도… "깁스한채 거리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5.2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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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건대입구 전철역 인근에 붙은 노점상의 호소문(네티즌이 올린 사진)↑서울 건대입구 전철역 인근에 붙은 노점상의 호소문(네티즌이 올린 사진)


'김밥할머니' 뿐만이 아니었다.

서울 관악구에서 호떡과 옥수수 등을 파는 노점상 이영화 할머니(75)는 척추 뼈가 골절됐고 손목에도 금이 갔다. 지난 3월2일 단속 나온 관악구청 직원들에게 떠밀려 넘어졌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여전히 팔에 깁스를 하고 허리에 보호대를 착용한 채 있다. 최근에도 신림4거리 인근으로 장사를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있던 리어카는 단속 과정에서 뺏겼다. 불편한 몸으로 길바닥에 좌판을 벌여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오랫동안 병상에 있던 할아버지를 떠나 보낸 할머니는 자녀와 임대아파트에 사는데 형편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지난 20일 서울시청 앞 '김밥할머니 걷어찬 용역깡패 폭력의 실상' 기자회견에 나와 제2, 제3의 김밥할머니들이 많다고 고발했다.



이 할머니는 "단속 나올 때마다 폭행 사건은 벌어진다"며 "보복이 두려워 '김밥할머니'처럼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병원을 찾아온 구청 직원이 사과는 커녕 '당신 말을 못 믿으니 억울하면 개인을 상대로 고소해라. 우리는 공무집행방해로 300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말했다"며 하소연했다.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공무집행방해나 도로 점용 등의 명목으로 과태료나 변상금을 부과하는 한편 각종 고소고발을 해 노점상들을 탄압한다"고 전했다.


전노련 남부지역연합회 관계자도 "관악구가 특히 폭력적인 노점 단속이 심하다"며 "지난 13일 새벽에도 서울대 전철역 인근에 용역 100여명이 몰려와 노점상의 마차 수 십대를 다 빼앗아 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청계천 미국산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 현장에서 김밥을 팔던 할머니가 20대 서울시 노점 단속 용역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자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서울시는 19일 사과했다.

한편 '김밥할머니'가 사건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가해자 박모(23)씨의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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