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IT부활로 숨고르기 끝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5.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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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4월 CPI 상승분 사흘에 걸쳐 내준 정도

코스피지수가 사흘 연속 하락했다. 이날은 지난 이틀과 달리 후장 낙폭 만회 시도조차 펼치지 못했다. 전날 지지력을 발휘했던 10일 이평선이 저항선으로 바뀌면서 지수를 압박했다.

하지만 종가(1847.51)가 개장가(1848.97)를 조금 밑도는 정도였다. 사흘 연속 이어진 외국인의 현·선물 동시 순매도 행진과 나흘째 지속된 투신권(자산운용사)의 환매용 주식매도 와중에서 이정도의 모습이면 과히 나쁜 것은 아니다.



외국인의 순매도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모습이다. 주식 현물은 주초인 19일 -2384억원에서 -1762억원(20일), 그리고 이날 -1258억원으로 연일 순매도 규모가 약해졌다.
지수선물도 -2737계약(19일)에서 -2175계약(20일), 이날 -665계약으로 매도세가 둔화되고 있다.

미결제약정을 보면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가 마무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감소한 미결제약정이 총 7724계약으로 지난 15일 외국인이 연중 최대규모(9303계약)로 선물 순매수에 나설 때 증가했던 미결제약정(7439계약)이 모두 청산됐다.



이번주 들어 사흘 연속 코스피지수가 2.16% 하락했지만 지난 15일 하루 상승률(2.28%)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14일 뉴욕장에서 예상보다 낮은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등에 업고 올랐던 주가 상승분을 예상보다 높은 핵심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반영되면서 반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1900선을 앞두고 인플레 부담을 확인한 정도라는 게 시장 평가다.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한 국제유가(WTI) 부담이 있지만 연저점(1537)부터 1901선까지 23% 오르는 데 영향을 줬던 상황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이날까지의 주가 조정으로 숨고르기가 일단락됐다는 판단이 강하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개월간 쉼없이 오른 기술적 부담에 물가 불안이 작용하면서 조정이 길어졌지만 펀더멘털이나 밸류에이션에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펀드 환매와 외국인 순매도가 매물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IT전자가 다시 오르는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LG전자 (110,100원 ▲600 +0.55%)는 나흘만에 상승반전하며 개장초 코스피지수의 상승 시도마저 유도했다. 이러한 주도주의 부활은 증시 관점을 긍정적으로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엔/달러 환율이 103엔 초반까지 떨어지고 달러인덱스가 73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미달러 약세가 재연되는 모습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초반 급등세를 벗어나 속락한 것이 시장 안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1057.3원까지 급등하며 또 다시 연최고치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개입에 힘입어 1040.0까지 급락한 뒤 1042.2원(-2.8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상승으로 수혜를 받는 쪽도 있고 불리한 쪽도 있지만 이날처럼 장중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고 안정된 흐름을 보인다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연구원은 "3월 주가 1600선 전후로 매집에 나섰던 세력은 20%의 수익률을 확정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물가 불안이 있지만 유가는 전세계 공통적인 문제이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900선 돌파 모멘텀이 없는 상태지만 국내외 유동성은 여전히 풍족한 상태"라면서 "부동산, 채권, 실물, 주식 등 투자대상을 놓고 비교우위를 정할 때 아직까지도 주식이 수익률 게임에서 뒤쳐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물가 불안은 떨칠 수 없는 악재다. 고성장과 저물가의 환상적인 조합이 지난해 후반부터 깨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는데 1900선을 다시 노리는 현재 저성장과 고물가의 반대 조합을 어떻게 요리할 수 있을 지 마땅치 않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원은 "이머징은 여전히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생산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상품가격과 주가가 같이 오르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상품가격 상승이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원자재 가격 앙등과 물가불안이 증시에 독이 되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상품 수출국인 러시아, 브라질, 캐나다의 주가가 꺾이기 전까지는 상품가격 상승이 주가 하락추세를 촉발시키는 악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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