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22일(11:3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올해 9월 금융시장이 큰 고비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무려 20조원의 국고채 만기가 몰려있는데다 그중 거의 절반을 보유한 외국인의 재투자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오는 9월 만기도래하는 국고채는 무려 21조원에 달한다. 하반기 전체 만기물량인 28조원의 75%에 달하는 규모로 국고채 5-3호와 3-6호 두 종목이 각각 10조원씩이다.
ⓒ금융감독원, 단위 : 조원
ⓒKIS채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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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프랑스에서 독일로, 동남아시아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손을 바꿔가며 국내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며 "지난해 외국인의 채권투자 확대로 올해 만기가 많지만 앞으로 외국인 자금은 더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같은 입장이다. 국내 채권시장 규모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이 낮아 외국인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3월 혼쭐났던 채권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당시 해외 IB들의 실적 악화로 서브프라임 악몽이 살아나고 30억달러에 달했던 외국인 보유채권 만기가 가세하면서 채권시장과 스왑시장이 휘청댔다. 국내 채권을 판 외국인들이 달러사장에 나서자 은행권에 달러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한은은 사태 수습을 위해 스왑시장을 통해 달러 유동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9월 만기도래하는 외국인 보유채권은 3월에 비해 훨씬 크다. 또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은 잦아드는 분위기지만 금융시장 관계자드은 당국의 오락가락하는 정책 때문에 오히려 더 불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단기외채 규제'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 19일 정부의 단기외채 억제 방침이 알려지자 스왑시장은 달러 수요가 갑자기 몰리며 혼란에 빠졌고, 채권시장에서는 스왑시장과 엮인 손절 매물이 쏟아졌다.
정부의 정책리스크로 채권시장을 비롯한 스왑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9월 만기물량 뿐 아니라 전체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빠른 속도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시장과 정부간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의 국내 채권 투자 전략이 '재정거래'로 판에 박은 듯 같은 점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재정거래의 매력이 떨어지면 대부분의 투자자금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JP모간, BNP 파리바, 도이치 뱅크, ABN 암로 등이 최근 내세운 전략은 외화를 조달해 원화로 바꿔 국내 채권을 사거나, 이자율스왑(IRS) 시장에서 고정금리를 받고, 통화스왑에서는 원화고정금리를 주는 방안이다.
이 가운데 BNP 파리바 등은 최근 재정거래 차익 실현의 목표레벨을 2.00%포인트 이하로 수정했다. 1년만기 채권과 통화스왑(CRS) 1년물간의 차가 2.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면 채권을 팔고 달러 자금을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전망이 어긋나고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정부 요인 등)가 개입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급격히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과 똑같은 이유로 국내 채권을 대거 매수한 외국은행들도 역시 보유채권을 팔 수 있다. 이달 들어 19일까지 외국인 채권 순매수는 약 1조원에 불과하다.
ⓒBOK, 만기도래분 감안한 순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