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봉 대신 풍류 즐기며 살아요"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5.22 12:21
글자크기

[브라보myLIFE!]증권맨서 칼럼니스트로..유형종 대표

"높은 연봉 대신 풍류 즐기며 살아요"


"남들보다 잘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20년간 증권계에서 일할 때는 제가 특별히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클래식 음악감상실 '무지크바움'을 운영하는 유형종(47·사진) 대표는 잘나가던 증권맨에서 음악·무용 칼럼니스트로 전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 대표는 대우증권에서 13년, 한국신용평가정보원에서 6년 동안 근무했을 만큼 증권업계에서 잔뼈가 굵다. 재무관리부장, 일산지점장을 거쳐 상무 자리에 오르며 남부러울 것 없어보였던 그는 2006년 돌연 사표를 던졌다.

안정된 직장과 높은 연봉을 뒤로하고 프리랜서로 나서겠다는 그를 말리는 사람은 없었을까. "'앞으로 음악으로 먹고 살겠다'고 미리 말을 해놓아서인지 말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집사람은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막상 그만둔다고 하니 '올 것이 왔구나' 했을 겁니다."



음악 무용 분야에 전문적으로 글을 쓰게된 데에는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예술에 대한 애정과 깊은 지식이 밑바탕이 됐다. 유일한 취미가 음악이라는 그는 애호가 수준을 넘어 전문가적 식견을 자랑한다.

그는 증권사에 근무하던 1995년 월간지 '객석'의 기자였던 후배의 권유로 무용 관련 영상물을 해설하는 꼭지를 연재하면서 틈틈이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토요일이면 발레와 오페라 공연을 보러다니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음악 무용을 향한 그의 열정은 지금 그가 대표로 있는 클래식 음악감상실 '무지크 바움'으로 이어졌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광장클럽'을 만들었는데 번듯한 장소를 만들고 싶었던 것.


'음악나무‘라는 뜻의 독일어인 무지크바움은 2001년 로데오 거리에 둥지를 틀었다. 작은 규모로 시작한 이곳은 점점 회원이 모여들어 지난주 신사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여기서 오페라 클래식 음악 강의와 동호회 모임을 주관하고 있다.

이렇게 동호회 활동을 통해 항상 클래식 발레 오페라를 가까이 접한 그는 음악이 스트레스 없는 인생을 가져다줬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두통을 겪어 본 적이 없습니다. 오페라와 발레를 공부하고 즐기다보면 세상을 느긋이 바라보고 아름다움을 즐기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게 음악의 매력입니다."



그는 현재 국립오페라단 운영자문위원,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오페라 강연자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오히려 더 바쁜 생활이다. "풍류를 즐기며 살겠다고 했는데 항상 시간 모자라 좇기며 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지금이 가장 좋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클래식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전념할 계획이다. "스토리 텔링 방법을 더 공부해서 재미있고 알찬 강의를 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클래식도 와인처럼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도록 일조하는게 제 목표입니다." 그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번졌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