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파기환송심 첫 공판..재판부는 '고심중'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정영일 기자 2008.05.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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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은 계열사 대부분의 피해액을 회복했다고 주장하는데, 각각의 범죄사실에서 피해액을 어떻게 보고 있고 얼마를 어떻게 갚았나."(서울고법 형사20부 길기봉 수석부장판사)

"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84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예정대로 이행하겠다. 사회공헌활동은 판결 취지와 상관없는 대국민 약속이다."(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



2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4층 403호.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길기봉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재판장인 길기봉 수석부장판사는 공판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와 2심 재판부의 판결 취지 사이에서 '양형' 고민에 빠진 속내를 드러내듯 직접 정 회장에 대해 꼼꼼히 따져물었다.

재판부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각 계열사들이 입은 피해액에 대한 회복을 마쳤는지 여부와 파기 환송심 선고 결과와 상관없이 정 회장이 약속했던 사회공헌활동을 계속할지 여부.

재판부의 고민을 들여다 보면, 693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1000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경제사범에 대해 실형이나 노역형으로 엄단하자니 국민경제에서 정 회장이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이 문제다.


또 70대 고령인 정 회장의 나이도 부담스럽다. 사회공헌기금 8400억원 출연과 기고 강연 등을 통해 '법이 추구하는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2심 재판부의 판결 취지도 무시하기도 힘들다.

법조 일각에선 "'법의 원칙'과 '법의 정신'으로 대변될 수 있는 두 개의 축이 이 사건을 관통하고 있다"며 "이 부분이 재판부의 원천적인 고민"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이 10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필요시 일부 자금을 수시로 꺼내썼다"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큰 손실을 끼친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단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몽구 회장이 최후 진술을 통해 "그동안 많은 반성을 해왔다. 국민들께 죄송하고 재판장님께도 죄송스럽다"며 "선처해주시면 현대·기아차 그룹이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남은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21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의 횡령 및 배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2심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사회봉사 명령으로 금전 출연과 기고, 강연 등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파기 환송된 바 있다.



내달 3일로 예정된 정 회장에 대한 선고에서, 재판부가 어떤 '솔로몬의 판결'을 내릴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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