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결과와 무관하게 84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예정대로 이행하겠다. 사회공헌활동은 판결 취지와 상관없는 대국민 약속이다."(정몽구 현대·기아차 그룹 회장)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길기봉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재판부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각 계열사들이 입은 피해액에 대한 회복을 마쳤는지 여부와 파기 환송심 선고 결과와 상관없이 정 회장이 약속했던 사회공헌활동을 계속할지 여부.
재판부의 고민을 들여다 보면, 693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1000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경제사범에 대해 실형이나 노역형으로 엄단하자니 국민경제에서 정 회장이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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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70대 고령인 정 회장의 나이도 부담스럽다. 사회공헌기금 8400억원 출연과 기고 강연 등을 통해 '법이 추구하는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2심 재판부의 판결 취지도 무시하기도 힘들다.
법조 일각에선 "'법의 원칙'과 '법의 정신'으로 대변될 수 있는 두 개의 축이 이 사건을 관통하고 있다"며 "이 부분이 재판부의 원천적인 고민"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이 10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필요시 일부 자금을 수시로 꺼내썼다"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큰 손실을 끼친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단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몽구 회장이 최후 진술을 통해 "그동안 많은 반성을 해왔다. 국민들께 죄송하고 재판장님께도 죄송스럽다"며 "선처해주시면 현대·기아차 그룹이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남은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21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의 횡령 및 배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2심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및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사회봉사 명령으로 금전 출연과 기고, 강연 등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파기 환송된 바 있다.
내달 3일로 예정된 정 회장에 대한 선고에서, 재판부가 어떤 '솔로몬의 판결'을 내릴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