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외인이 쥔 명줄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5.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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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 발표 美 4월PPI서 반전 계기 나와야

1900선 안착은 물 건너 간 것일까.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현·선물 동시 순매도로 돌고, 환매에 시달리는 기관이 매도에 동참하면 주가가 오를 수 없다는 점은 진리의 수준에 이르렀다.

이날도 코스피지수는 개장초 반짝 상승을 끝으로 하락세로 돌입했다. 외국인이 지수선물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급선회한 뒤로는 지수 낙폭이 깊어졌다.



투신권(자산운용사)의 입지는 취약하기 그지 없다. 주식 펀드 환매에 시달리는 이들이 외인 매물을 받아내기는 커녕 환매자금 마련을 위한 주식 매도 행진을 지속한다면 지수 2000선 회복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연저점(1537)부터 지수 상승을 주도했던 전기전자 업종은 사흘째 하락하며 20일 이평선마저 밑돌았다. LG전자 (110,100원 ▲600 +0.55%)는 사흘간 10% 넘게 떨어졌고 시총 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는 종가 기준으로 겨우 20일 이평선에 걸쳤을 뿐이다.



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는 무려 9일 연속 하락했고 전날 강세를 보였던 조선주도 대부분 약세로 돌아섰다.
시총 상위 톱10에서 오른 종목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동전에 양면이 있고 물이 절반 차 있는 컵을 대하는 태도 또한 긍정과 부정으로 양분되게 마련이다.

LG디스플레이 (11,500원 ▲410 +3.70%)가 사흘만에 상승하며 반전의 싹을 틔웠다. 두산중공업 (17,960원 ▼750 -4.01%)이 나흘간 10% 넘게 오르면서 기계업종 상승세가 지속됐다.
동양제철화학 (70,400원 ▲1,900 +2.77%)은 이날과 같은 장에서도 사상최고치를 경신했고 KT&G (107,100원 ▲400 +0.37%)도 종가기준으로는 사흘 연속 사상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명암은 국가별 증시간에도 극명하게 대립되고 있다.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가 중국 비중을 66%로 늘린 점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하이지수는 4.5% 떨어지며 한달 전 레벨로 돌아갔다. 베트남 증시는 2006년 8월 저점(399.80)마저 무너질 지 모르는 지경에 처했다.

반면 전날 브라질, 러시아, 캐나다 증시는 3∼4일 연속 사상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미국 지수 중에서 다우운송지수는 10개월만에 사상최고치를 돌파했다.



양극화가 진전되더라도 코스피가 떨어지는 쪽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고점대비 반토막난 증시를 보고 가슴을 조릴 이유가 없다.

코스피지수가 이틀째 하락했고 장중 10일 이평선마저 붕괴되기도 했지만 낙폭 축소를 보면 긍정적인 시각이 유지될 수 있다.

전날 -0.73% 떨어졌다가 -0.19%로 장을 마쳤고 이날도 장중 -1.50%까지 낙폭을 확대하다가 -0.73% 하락으로 막아낸 것을 보면 저가 매수 강도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외국인이 또 다시 현·선물 대규모 동시 순매도를 시작한 것이라면 상황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개인 매수는 주가 사이클을 이용한 순환매 성격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매수주체가 될 수 없다.
연기금이 매수강도를 높이고 기타법인의 자사주 매입이 지속되더라도 주가 추세가 꺾이면 연기금마저도 투매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외인에 대항할 변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이날 발표되는 미국 4월 생산자물가(PPI)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지 모른다.
지난주 목요일(15일) 연중 최대규모(9303계약)로 지수선물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이 예상보다 낮았던 소비자물가(CPI)에 자극받은 것이었다면 이날 PPI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WTI) 상승세를 감안할 경우 PPI가 CPI처럼 낮게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5일간 826억대만달러(원화 2.5조원 상당)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이 이날 44억대만달러(1320억원 상당) 순매도로 돌아섰다고 해서 가권지수가 2.4% 급락할 정도라면 현 시점에서 외국인 매매동향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입증되고도 남는다.



실적이 어떻고 하반기 전망이 어떻든간에 외국인이 명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의 현·선물 순매수 없이 주가를 띄웠던 부작용은 지난해 처절하리만치 경험했기 때문에 다시 까불지는 못할 것이니 말이다.

LG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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