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가 '세계 1위' 왜?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5.2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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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가 원가 높이는 고비용구조… 뉴욕보다 22% 비싸

커피, 맥주, 주스에 화장품까지. 일상생활과 밀접한 이런 소비재들에 있어 우리나라의 물가는 사실상 세계 최고였다. 한국소비자원이 미국 등 선진국 10개국과 비교한 결과다.

이들 품목만이 아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생활물가는 조사대상 55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뉴욕보다도 22% 비싸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생활물가는 왜 이렇게 비쌀까?

가장 큰 문제는 땅값이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임대료가 비싸니 원가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스타벅스 커피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의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473㎖)를 뉴욕에서는 2.6달러, 원화로 약 2600원에 판다. 같은 커피가 서울에서는 3800원에 팔린다. 46% 비싼 셈이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선진 7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아시아 주요국가(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11개국의 12개 도시 가운데 스타벅스 '카페 아메리카노' 그란데가 서울보다 비싼 곳은 파리와 프랑크푸르트 2곳 뿐이었다. 런던과 도쿄에서도 각각 3770원, 3740원으로 서울보다 쌌다.

스타벅스에서 팔리는 카페 아메리카노를 포함해 카푸치노, 카페라떼 등 8가지 커피의 평균 가격도 서울이 미국보다 46.2% 비쌌다. 나머지 10개국 평균과 비교하면 55.6% 높았다. 조사 대상 국가 중 최고다.


소비자원은 스타벅스 커피가 특히 우리나라에서 비싼 이유로 높은 매장 임대료를 꼽았다. 조사 대상이 서울인데다 스타벅스 매장이 주로 '목 좋은' 곳에 자리잡는다는 점에서 실제로 임대료의 영향이 적지 않다. 지난 2005년에는 스타벅스 명동점이 임대료 부담을 못이겨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높은 집값도 생활물가 부담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IMD의 한국 측 조사 파트너인 삼성경제연구소의 손민중 연구위원은 "IMD의 생활물가 조사는 주택을 포함한 주요도시의 상품, 서비스 가격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서울 등 주요도시의 집값이 높은 점도 생활물가가 최고수준으로 나타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세금도 물가부담에 한몫했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하이네켄 등 수입 캔맥주의 경우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3%에 달했다. 미국은 14%에 불과하다. 골프장 그린피도 마찬가지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골프장 그린피를 15만원으로 가정할 때 재산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종합부동산세 등 총 7만9110원(52.7%)의 세금이 붙는다.

손 연구위원은 "서울 등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를 외국 도시들과 비교하면 서비스 분야에서 임대료, 인건비 등 원가 부담이 높은 편"이라며 "제품들의 유통구조가 복잡하다는 점도 우리나라의 물가부담이 큰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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