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랜드가 홈에버 매각 작업과 동시에 또 다른 기업인수를 준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놀라움이 일고 있다.
![이랜드, 재무상황 개선 물건너가나](https://thumb.mt.co.kr/06/2008/05/2008052014531544031_1.jpg/dims/optimize/)
로터스 차이나 인수 역시 야베스팀의 주도로 빠르고 은밀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랜드 관련 딜에 투자했던 재무적투자자(FI)는 물론, 금융계 전반이 이번 딜의 실체를 감지하지 못했다.
홈에버 리파이낸싱 계획, 세이브존 매장인수 추진 등 다른 딜로 '병풍'을 쳐 해당 딜을 가린데다 갑작스러운 홈에버 재매각에 관심이 쏠려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홈에버 매각으로 혼선을 겪을 때 이랜드는 비밀리에 '중국기업 인수'라는 또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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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는 퍼미라 등으로부터 해외유상증자를 추진할 때도 '대안'(Plan B)으로 이번 딜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퍼미라는 홈에버 유상증자가 아니더라도 전략적 투자자로서 이랜드와 좋은 딜을 함께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의 궁금점은 '이랜드가 대체 무슨 돈으로 또 M&A를 하느냐'에 쏠려있다. 홈에버가 망가지면서 이랜드가 겪은 재무적 고통은 말로 다 못할 정도. 그룹 전체 매출의 34%를 차지하는 홈에버가 떨어져 나가면서 뚜렷한 캐시카우(Cash Cow)역할을 할 회사도 마땅치 않다. 홈에버를 제외한 이랜드그룹의 주력 기업인 이랜드월드, 뉴코아, 이랜드의 잉여현금흐름(FCF)의 합은 약 38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현금을 쥘 수 있는 프리 IPO형태의 이랜드 상하이패션 기업공개도 당장 자금원이 되기는 어렵다. 구주매출을 10% 가량으로 할 경우 1500억~2000억원의 자금 조달이 예상되지만 시기가 빨라야 10월 경이다.
남은 재원은 홈에버 매각자금이 전부다. 매각가격 1조9500억원(순부채 기준)가운데 선순위대출이 승계된다고 가정하면 재무적 투자자에게 수익을 제공하고 이랜드가 챙길 수 있는 돈은 대략 4500억원.
이 돈이 다시 로터스 차이나 매입에 재투입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매각자금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심사가 끝나고 6월말이나 돼서야 이랜드에 유입된다. 그 사이 퍼미라가 선수금 등의 형태로 인수금융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에버를 팔고 새로운 기업을 사들일 경우 이랜드의 재무구조가 나아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게 된다. 로터스 차이나 매입대금 외에도 현지 브랜드 정리, 인수후 통합작업(PMI) 등 돈 쓸 곳이 줄줄이 남아있다. 들어올 돈은 뻔한데 돈 나갈 곳은 많으니 재무상황 개선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