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M&A]모순에 빠진 산업은행

더벨 박준식 기자 2008.05.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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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사 선정 난항..결국 단독 매각으로

이 기사는 05월20일(14:2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 매각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공정한 매각을 위해 외부 자문사를 선정하기로 하고 위원회를 구성, 한달 동안 후보심사를 벌였지만 끝내 무산됐다.

산업은행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자문사로 선정하는 게 노조의 반발과 이해상충 우려가 있다며 단독으로 매각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자문사 선정과정에서 우왕좌왕했던 행보로 미루어 볼 때 단독 자문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이 내린 결정들은 크게 세가지가 문제된다.

우선 외부 자문사를 선정하기에 앞서 공동 자문사로 행내 M&A실을 확정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자체인력이 그동안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와 LG카드(신한카드) 매각 등을 통해 대형 딜의 노하우를 확보했기 때문에 외부 자문사와 공동으로 매각 과정을 주관할 수 있다는 게 참여 이유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자체인력에 일감을 챙겨주면서 행내 M&A 전문가들은 외부 자문사 평가과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이 자문사 심사에 참여할 경우 그동안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IB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M&A실이 배제된 자문사 선정작업은 기업금융실이 맡게 됐다.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기업금융실의 등장은 결과적으로 또다른 문제의 촉매가 됐다. 이들이 원활한 매각을 주도할 자문사를 선정하기보다는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지 않을 계량적 심사기준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기업금융실은 경쟁사들에 비해 절반 수준인 300만 달러(성공불 기준)의 서비스료를 제시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조는 물론 행내 전문가들조차 자문사 선정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됐다.

골드만삭스가 덤핑에 가까운 수수료를 제시한 이유는 대우조선 매각자문 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번의 트랙 레코드로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를 위시해 골드만삭스측이 중국 등지에서 투자수익을 노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졌으며 기업금융실이 2주 동안 계약체결을 미루는 사이 골드만삭스의 중국 조선소 투자(PI) 사실이 알려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산업은행은 법무법인 자문을 바탕으로 골드만삭스가 우선협상자 지위를 포기할 만한 계약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매각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져 손해가 생길 경우 이를 간과한 측이 무한책임을 지라는 내용이다.



글로벌 컨퍼런스콜(유선회의)을 두차례나 실시한 골드만삭스는 끝내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협상 지위를 포기했다.

골드만삭스는 떠났지만 산업은행은 '자가당착'에 빠졌다. 골드만삭스는 물론 이미 인수자문으로 돌아선 차순위를 잡지 못했고 남은 후보들마저 골드만삭스와 비슷한 사유로 계약체결을 꺼리고 있다.

산업은행은 외부 자문사를 활용하지 않을 경우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 대우조선의 잠재 인수자인 두산그룹과 STX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한 산업은행 스스로가 이해상충의 당사자가 되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인수후보를 공정하게 평가할 기준을 만드는 것이 자문사의 역할"이라며 "이해상충 대상인 산업은행이 만든 인수후보 평가기준을 후보들이 아무런 이의없이 받아들일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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