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갤러리아 압구정점 명품관에서 청담4거리 사이를 일컫는 일명 '명품거리'에 최근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지점들이 잇따라 오픈해 '상위 0.1%'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청담동의 고액 자산가들은 유행과 재테크 정보에 민감하고 주식형펀드와 ELS(주가연계증권) 등 파생상품 투자에도 적극적인 일명 '펀드부인'들이다. 증권사들은 수백억원대 사모펀드를 주문제작할 능력을 가진 이들을 잡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삼성증권 FN아너스는 기존 청담지점과 더불어 한 블록에 두 개 지점을 투입하는 공격성을 보인다. 절세투자 수요가 큰 이 지역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분리과세채권을 대거 확보해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는 유행에 민감하고 세련된 고객 취향에 맞추기 위해 '공간파괴형' 객장을 선보였다. 움프쿠아, 도이체방크 등 해외 금융사 사례를 참고해 청담동 고객들의 문화 및 사교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다. 고급 와인시음회, 유학설명회 등 VVIP 행사도 마련해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 하고 있다.
한편 명품거리의 '증권사 PB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유능한 PB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위탁자산 규모에 따라 거액의 연봉과 성과급은 물론 프로스포츠 선수와 같이 '이적료'를 받기도 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연수입이 3억원대라는 한 PB는 "기존 연수입을 기본 연봉으로 5년 이상 고용을 보장하고 1년치 수입을 이적료로 주겠다는 제의도 받았다"며 "고객의 위탁자산 500억원, 1000억원당 1억원씩의 이적료를 책정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 둘 중 하나는 잡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준비는 부족한 편"이라며 "더 늦기 전에 시작한다는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증권사가 있는 반면 구색만 맞추려는 업체도 있어 점차 양극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액 자산가들은 단기 수익률이나 짧은 생각으로 쉽게 자산을 움직이지 않는다"며 "고객 밀착형의 특화된 서비스와 경쟁력있는 인력확보가 수반되지 않으면 소득없는 출혈경쟁이 되기 쉽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