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 쇄신안 유출, 건의 필요성 없어져
- 당내 일각, 靑 눈치보기 아니냐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의 당청 정례회동. 최대 관심사는 '국정쇄신안'이었다. 강 대표는 이날 당이 마련한 국정쇄신안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었다.
당내에선 쇄신안에 책임총리제 강화, 정책특보 신설, 청와대 및 내각의 인적 쇄신 문제가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장관 인사 파동, 청와대 수석 재산 논란, 당정간 정책 엇박자, '쇠고기 파동' 등 새 정부 출범 후 잇따라 노출된 국정 난맥상이 여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쇄신안 초안이 사전 유출됐기 때문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강 대표가 본인이 거르지 않은 초안이 마치 최종안처럼 언론에 보도되자 쇄신안을 건의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당초 당 전략기획본부 등이 마련한 초안을 검토해 지난 15일께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초안이 미리 공개되자 쇄신안 갈무리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격노한 강 대표는 지난 16일 당에 진상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인적쇄신 당·청 시각차 부담(?)= 하지만 당 안팎에선 쇄신안이 논의되지 않은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심 수습 해법에 대한 당·청간 이견 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최근 '인적쇄신' 여부를 둘러싸고 적잖은 이견을 보여 왔다. 청와대 정무라인 인적개편과 쇠고기 파동을 자초한 주무 장관의 교체 등과 관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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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민심 이반의 주범인 쇠고기 파동의 조기 수습을 위해 일부 장관에 대한 '문책성'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류는 다르다. 이 대통령이 최근 문책론에 대해 "이번에 훈련했는데 뭘 바꾸느냐"고 일축한 것이 한 예다.
이런 상황에서 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의 핵심 당직자는 "강 대표가 '문책' 또는 '인적쇄신'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미리 알려져 곤혹스러워 한 것 같다"며 "자칫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실제 당내 일각의 '인적쇄신론'에 강한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도 쇄신안을 후순위로 미루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 당·정·청은 17대 국회 회기내 한미FTA 처리를 위해 힘을 모아 야권을 설득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당·청이 국정 쇄신 방향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당이 할 말을 하지 않고 너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