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姜대표 회동, '국정쇄신안' 뺀 이유는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05.19 15:08
글자크기

쇄신안 초안 사전유출 탓...이면엔 당·청 쇄신방향 시각차

- 당청 정례회동, 쇄신안 논의안돼
- 당, 쇄신안 유출, 건의 필요성 없어져
- 당내 일각, 靑 눈치보기 아니냐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대표의 당청 정례회동. 최대 관심사는 '국정쇄신안'이었다. 강 대표는 이날 당이 마련한 국정쇄신안을 이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었다.

당내에선 쇄신안에 책임총리제 강화, 정책특보 신설, 청와대 및 내각의 인적 쇄신 문제가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장관 인사 파동, 청와대 수석 재산 논란, 당정간 정책 엇박자, '쇠고기 파동' 등 새 정부 출범 후 잇따라 노출된 국정 난맥상이 여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국정쇄신' 빠진 당청회동= 강 대표는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 이 대통령에게 쇄신안을 건의하지 않았다. 회동 과정에서 '쇄신'의 '쇄'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당·청 모두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국정쇄신 방향이 회동 주제에서 빠진 이유는 뭘까.

당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쇄신안 초안이 사전 유출됐기 때문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강 대표가 본인이 거르지 않은 초안이 마치 최종안처럼 언론에 보도되자 쇄신안을 건의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 고위관계자도 "쇄신안의 보안이 뚫려 이 대통령에게 말씀드리나 마나한 상황이 돼 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당초 당 전략기획본부 등이 마련한 초안을 검토해 지난 15일께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초안이 미리 공개되자 쇄신안 갈무리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격노한 강 대표는 지난 16일 당에 진상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인적쇄신 당·청 시각차 부담(?)= 하지만 당 안팎에선 쇄신안이 논의되지 않은 다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심 수습 해법에 대한 당·청간 이견 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최근 '인적쇄신' 여부를 둘러싸고 적잖은 이견을 보여 왔다. 청와대 정무라인 인적개편과 쇠고기 파동을 자초한 주무 장관의 교체 등과 관련해서다.


한나라당은 민심 이반의 주범인 쇠고기 파동의 조기 수습을 위해 일부 장관에 대한 '문책성'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기류는 다르다. 이 대통령이 최근 문책론에 대해 "이번에 훈련했는데 뭘 바꾸느냐"고 일축한 것이 한 예다.

이런 상황에서 강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의 핵심 당직자는 "강 대표가 '문책' 또는 '인적쇄신'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미리 알려져 곤혹스러워 한 것 같다"며 "자칫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청와대는 실제 당내 일각의 '인적쇄신론'에 강한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도 쇄신안을 후순위로 미루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 당·정·청은 17대 국회 회기내 한미FTA 처리를 위해 힘을 모아 야권을 설득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당·청이 국정 쇄신 방향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당이 할 말을 하지 않고 너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