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학펀드, 투자자의 유토피아인가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2008.06.02 08:15
글자크기

[머니위크]유형별 펀드 수익률

시장이 불안할 땐 금융공학펀드가 제격이라고? 최첨단 금융공학 기법으로 손실폭을 제한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 준다고? 주가가 떨어져도 원금이 보장된다던데?

이른바 금융공학펀드를 둘러싼 호기심과 기대감이다. 실제로 조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식형펀드 가입을 주저하는 투자자들 가운데 이 같은 금융공학펀드를 기웃거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주가 하락에 대한 안전판과 동시에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름에서 뭔가 특별한 비법을 가진 듯한 인상을 주는 금융공학펀드는 투자자들에게 과연 유토피아일까.

◆ 금융공학펀드 어떤 게 있나



금융공학펀드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시스템펀드와 시장중립펀드, PI(Portfolio Insurance)펀드가 그것이다.

시스템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을 최대한 배제하고 시스템에 의해 운용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이때 시스템이 하는 일은 개별 종목의 선정이 아니라 시장상황에 따른 주식비중 조절을 뜻한다. 가령 설정 당시보다 주가지수가 10% 떨어지거나 오르면 주식 비중을 어느 수준으로 조정할 것인지를 미리 시스템화 한 것이다.

시장중립펀드는 위험자산의 포지션을 시장중립으로 설정한다는 의미다. 현물 매수와 함께 선물을 매도함으로써 위험자산 포지션을 제로 수준으로 취한 후 차익거래 등을 통해 수익을 낸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며 궁극적으로 CD금리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정상적이다.


마지막으로 보험형펀드라고도 불리는 PI펀드는 크게 추세매매와 역추세매매로 나뉜다. 특정 밴드를 설정한 후 하단에서 매수, 상단에서 매도하는 전략을 취하거나 지수 상승 시 주식 비중을 높이는 식이다.

◆ 금융공학펀드도 헛점 적지 않아

얼핏 보기에 완벽할 것 같은 상품이지만 헛점이 적지 않다.

우선 시스템펀드에서 펀드매니저의 주관이 완전히 배제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가령 시스템에서 매도나 매수 신호가 나올 때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판단과 상반되는 경우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펀드매니저가 시스템을 100 퍼센트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주관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게 되는 셈이다.

또 유사한 상품이 늘어나면서 주가 변동성이 높아지고 기술적 지표 등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시스템화 한 예측 자체가 빗나가기도 한다고 증권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금융공학을 동원해 아무리 정교하게 운용전략을 설계해도 결국 시장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된다는 점도 관련 펀드에 가입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다.

가령 향후 1년동안 코스피지수가 1500~2000의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1500에 가까워질수록 주식 비중을 늘리고 2000에 가까울수록 줄이도록 설계된 PI펀드의 경우 예상대로 지수가 움직이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상승한다면 이 펀드의 수익률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 반면 주가의 장기 상승 전망을 토대로 추세매매 전략을 취하도록 짜여진 PI펀드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거나 박스권 움직을 보일 때 불리하다.

◆ 시스템 설계보다 시장상황에 수익률 영향

이른바 '첨단'을 표방하는 금융공학펀드의 수익률은 어떨까. 올들어 부쩍 늘어난 PI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3~8% 수준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4%인 것으로 나타났고 일부 손실을 낸 펀드도 있다.

위험자산 포지션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시장중립펀드는 연초 이후 1% 내외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1년 수익률은 대부분 6% 내외로 나타났다.

시스템펀드의 수익률은 상품별로 크게 엇갈렸다. 'KTB엑설런트주식혼합C'가 1년 동안 44%의 수익률을 올린 반면 '랜드우량주델타플러스단위혼합70-1'의 수익률은 5%에 그쳤다.

최상길 제로인 전무는 "시스템펀드의 수익률 격차는 시스템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었는가 하는 문제보다 시장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측면이 크고 특히 설정 시기에 따라 수익률이 엇갈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예금금리 수준의 수익률 목표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금융공학펀드가 일반 투자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제한적인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점에서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에 부적절하다는 것.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기대수익률이 공격적인 주식형펀드에 비해 낮은 만큼 자산 일부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동시에 소득세 부담 없이 예금금리 수준의 수익률을 취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투자유형이 같은 상품으로 분류되더라도 펀드에 따라 세부 전략과 리스크가 다르기 때문에 철저한 상품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상길 전무는 "같은 시스템펀드라 해도 초기 위험자산의 편입비율에 따라 장기적인 리스크가 달라진다"며 "과거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믿고 가입할 것이 아니라 약관에 제시된 투자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살피는 한편 시장중립펀드의 경우 연간 변동성이 5%를 상회할 경우 더욱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