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 외인, 그리고 1900선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5.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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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오르지만 꿈을 키우기에는 부담

당장 1900선 돌파 여부가 관건이다. 지난주 1899.57까지 오른 뒤 음봉을 기록한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어설 지 여부는 여전히 외국인에게 달려있다.

외국인은 5일 연속 주식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9196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대만에서도 나흘 연속 730억 대만달러(원화 2조2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 순매수에 나선 점을 감안한다면 외국인의 전기전자 선호 강도를 알 수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68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는데 IT전자와 철강 2가지 업종의 순매수 규모가 8600억원으로 전체 순매수 규모를 초과하고 있다. IT전자에 집중되던 외국인 순매수가 여타 업종으로 확산될 경우 증시 흐름도 바뀔 수 있다.

최근까지 상승을 주도했던 IT전자와 자동차 업종이 가격 부담과 차익실현 매물 등장으로 인해 상승 탄력이 둔화되더라도 철강·화학 등 소재주와 조선·운송 등 산업재로 관심이 높아진다면 코스피 증시가 과열 우려를 배제하면서 순환매 성격을 가미한 상승 국면을 이어갈 수 있다.



물론 국내 기관의 매수 여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약점이 있다. 8주째 지속되고 있는 투신권의 실질적인 순매도는 펀드 환매요구가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입 규모는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일평균 440억원이 순유입됐으나 5월 일평균 순유입 규모는 9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상최고치를 경신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는 국제유가(WTI)는 심각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친디아의 성장세 지속으로 국제적인 원유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공급측면에서 괄목할만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달러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국제 상품가격의 상승세가 진정될 것으로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엔/달러 환율은 105엔선 안착에 실패한 뒤 103엔대로 밀리는 모습이며 달러인덱스는 73선을 다시 내줬다.


금값이 2개월간의 하락조정을 마치고 900달러선을 회복했다는 것은 인플레 기대 심리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선을 고점으로 삼으면서 추가 상승세로 돌입하지 않는다면 국제 상품가격 상승 여파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원/달러 시장 수급이 이미 수요 우위로 굳어져버렸기 때문에 환율 추가 상승을 막겠다는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면 환율 불안까지 가세할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지난주말 미국 4월 주택착공건수가 8.2% 급증하면서 2006년 1월(14.0%)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것은 서브프라임발 경기 둔화 국면에서 오랜만에 단비같은 호재였다.
그러나 기약없는 추락행진에서 일시적인 상승 지표에 무게를 싣기에는 여타 경제지표가 워낙 좋지 않다.

국제연합(UN)은 2008년 세계경제 상황 및 전망(수정)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심각한 침체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며 올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3.7%)의 절반에 불과한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은 2.1%로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이 현실화되지 못할 경우 장담할 수 없는 수치가 될 수 있다.

주가는 떴지만 경제 펀더멘털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이 순매수 행진을 지속할 경우 1900대 진입이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 이전처럼 꿈을 키우기에는 석연치 않는 점이 많다.



외국인 주도의 주가 상승세가 언제, 어느 레벨까지 지속될 것인지가 1차 관건이며, 만일 외국인이 매도로 태도를 바꿨을 경우 연초와 같은 주가 급락세가 재연되지 않을 수 있는지가 남은 숙제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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