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증권 하나대투지점'에 놀러오세요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05.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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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증권 하나대투지점'에 놀러오세요


증권사 객장은 지나가는 공간이다. 직원과 고객의 영역이 분리돼있고 그 접점은 지나가기 위한 빈 공간이 차지한다. 그러나 이 공간이 변하고 있다. 지난 16일 '스페이스 이노베이션'(Space Innovation)의 현장인 하다대투증권 청담금융센터를 찾았다.

◇카페·갤러리·와인바…어딜 봐서 증권사 객장이야?
하나대투증권 로고를 제외하면 증권사 객장임을 알아차릴 단서는 없다. 객장 한가운데는 휴식공간이 차지했다. 최근 카페 인테리어로 유행했던 나무 한 그루도 원형계단 옆에 서있다. 구분된 공간 사이사이 통로는 모두 갤러리로 변신했다.



위(Wii),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 3대 비디오게임기가 설치된 게임룸, 상영시설과 최신 노래방기기까지 갖춘 와인바는 퇴근후에도 직원과 고객 혹은 고객들끼리 모임장소로 활용한다. 직원들이 업무공간은 복층으로 꾸며 간이침실까지 갖췄다.

청담금융센터장을 맡고있는 전병국 이사는 "침대는 과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기왕 혁신할거면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이었다"며 "고객과 직원이 좀더 오래 머물 수 있는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을 꾸미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초기에 방문자를 늘리는데 주력했던 인터넷 사이트의 경쟁은 방문자가 좀더 오래 머물게 하는 것으로 초점이 바뀌었다. 금융 경쟁도 이와 같은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 움프쿠아(Umpqua)은행은 영업점을 '텔러를 둔 스타벅스'로 바꾸고 저녁에 요가교실, 뜨개질 강습 등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장소로 활용한다. 도이치뱅크는 영업점 전체를 세계적인 건축가 카림 라시드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전 이사는 혁신된 공간에서 '슬로우 뱅킹'(Slow Banking)이 이뤄지면 방문 고객들이 타 금융상품을 이용하거나 구매단위 금액이 높아지는 '크로스 앤 업 셀링'(Cross & Up Selling)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글증권 하나대투지점'에 놀러오세요
◇'구글증권 하나대투지점'(?)…바꿔 바꿔 다바꿔
그러나 '공간혁신'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업체 중심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바뀌지 않고 혁신에는 과도한 비용이 따른다는 고정관념도 무시 못할 요소다.

"구글증권의 하나대투지점이 모토였습니다. 증권사 객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죠"
'하나대투증권 구글지점' 대신 '구글증권 하나대투지점'이라고 컨셉트를 정한 이유는 발상부터 바꿔야 공간도 바뀐다는 생각 때문이다. 움프쿠아은행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 이사는 "혁신은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혁신에는 비용이 따른다는 고정관념도 깨기 위해 인테리어비도 평당 230만원으로 회사 평균인 305만원보다 낮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가 차별화할 수 있는 세 가지 요소로 상품, 서비스 외에 공간을 꼽았고 청담금융센터에서 이를 실천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하나금융에서 전 이사를 초청해 '공간 혁신'을 주제로 세미나를 갖는가 하면 경쟁 증권사의 마케팅, 혁신팀의 방문도 잇따른다.

자연스럽게 고객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은 와인, 유학, 교육, 게임 등 이종 업체와의 제휴를 가능하게 했다. 최근 방한한 보졸레누보의 제왕으로 꼽히는 조르주 뒤뵈프의 CEO도 이 곳에서 와인 설명회를 가졌다.



전 이사는 "교육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부모가 아이를 맡기고 싶은 공부방으로 꾸미거나 닌텐도와 제휴해 찾고싶은 게임공간으로 꾸미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며 "고객이 머무는 시간이 늘수록 금융사는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증권 하나대투지점'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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