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베트남펀드 환매해야 하나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8.05.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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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구제금융 전망까지..당분간 반등 어려울 듯

직장인 K씨(31)는 지난 2006년 11월 가입한 베트남 펀드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적립식으로 꾸준히 넣은 원금만 243만원인데 벌써 100만원을 손해봤다.

18일 펀드평가사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설정액 50억원 이상 베트남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0.37%, 1년 평균 수익률은 -30.69%에 이른다.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최악의 성적이다.



K씨가 가입한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적립식혼합 1'은 올들어만 41.22% 손실을 냈다. 'GB블루오션베트남주식혼합1'은 -37.03%,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2'는 -36.39% 등 베트남 펀드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고, 베트남 증시 투자 비중이 높은 동남아, 아시아이머징펀드 19개 가운데 단 2개만이 플러스권이다.
'애물단지' 베트남펀드 환매해야 하나


◇ 베트남 경제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누적 손실률은 점점 커지는 데 들리는 소식은 온통 악재 뿐이다. 지난 4월 베트남의 물가상승률은 21%로 아시아 내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 달 말까지 최근 12개월간 베트남 무역적자는 21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준에 이르렀다. 베트남 외환보유액과 비슷한 규모다.

인플레 통제에 실패한 베트남 정부는 급기야 지난 주말 기준금리를 8.75%에서 12%로 대폭 상향했다. 안 그래도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는 증시의 돈줄은 더 메마르게 됐다. 이미 베트남 주가지수는 지난 해 10월 고점대비 60% 가까이 급락한 상태. 얼마 전 베트남 당국은 호치민 증시의 가격제한폭을 5%에서 1%로 축소하기도 했다.



향후 경제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 3년간 8%를 웃돌았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7%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베트남 경제에 7% 성장률은 '경기 침체'와 맞먹는 심각한 수준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다이와증권은 베트남 정부가 급격히 악화된 경제를 되살릴 강력한 긴축책을 실시하지 않으면 수개월 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로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들에게는 베트남 경제가 안정될 때가지 투자비중을 '0'으로 낮추라는 극단적인 처방도 제시했다.

◇"일부 환매 검토해야".."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했으니.." 환매하자니 까먹은 돈이 아깝고, 붙들고 있자니 더 손해를 볼까 걱정스럽고. '진퇴양난'에 빠진 투자자들에게 전문가들은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권정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베트남 증시는 당분간 호재가 없어서 상승할 여력이 없고 워낙 시장 규모가 작아 변동성도 크다"며 "일부에선 바닥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 펀드도 바닥이라고 생각했을 때 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등까지는 최소 1~2년이 걸릴 것"이라며 "적립식의 경우 2분기 이후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불입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대우증권 펀드리서치 파트장도 "베트남 증시가 올해 안에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자신이 가입한 베트남 펀드에 환매 제한이 있는지 확인한 후 다른 해외펀드로 갈아타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손명철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하지만 주가가 역사적 평균 수준 이하로 내려간 상황이어서 자신이 얼마나 오랜시간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느냐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유자금으로 장기 투자를 계획했다면 손실폭이 줄어든 다음 환매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편 운용사들은 대량 환매사태가 일어날까 노심초사다. 국내에서 출시된 베트남 펀드 중에는 최고 5년의 환매 제한이 있는 상품도 있지만 '365일 미만 환매시 이익금의 70%'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 지금 환매한다고 해도 추가 손실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물단지' 베트남펀드 환매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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