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 희박…현실화땐 수만명 사망"

배현정 기자 2008.05.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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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AI 대재앙 시나리오의 실체는?

"AI는 사람과 사람간 감염 전파만 남은 단계다. 국가주도적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2007년 3월7일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 주최 '판데믹 인플루엔자 미디어 브리핑' 중에서)

"AI는 조류에게는 성공한 바이러스이지만 사람에게는 실패한 바이러스다."
(2008년 5월13일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 'AI 재조명 세미나'에서)



최근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한 상반된 견해다.

한쪽에서는 "사람이 감염될 확률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설혹 걸려도 일반 독감처럼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얘기하는 반면 또다른 관점에서는 "인체 감염의 경우 60%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라며 대재앙의 위험을 경고한다.



세간에 AI 관련한 각종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AI 인체 안심론'과 'AI 재앙론'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면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과연 인류를 위협할 인플루엔자 대재앙(Pandemic Influenza)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대재앙론의 실체는 무엇일까.

◆AI, 인체 감염 희박하나 변이 위험

2007년 3월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 주최로 열린 '판데믹 인플루엔자 미디어 브리핑'에서는 다음과 같은 발표가 나왔다.


"우리나라 국민 중 5만4600여명이 인플루엔자로 사망하고 23만5600여명이 입원 치료를 받으며 하루 평균 약 6600명의 새로운 입원 환자가 발생한다. 중환자실 입원자가 정점을 이루는 발생 4~6주째에는 매주마다 약 9000명의 환자가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우리나라에 닥쳤을 때 예측되는 피해 시나리오다. '판데믹 인플루엔자 미디어 브리핑'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자료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창궐하면 전 국민의 30%에서 발병하여 수만명이 사망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 신종 플루엔자의 가장 유력한 후보로 대두된 것이 바로 AI다.

마치 재난영화 시나리오 같은 믿기지 않는 가정이다. 하지만 이미 인류는 20세기 들어 세차례나 강력한 인플루엔자로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1918년 8월에서 1919년에 걸쳐 전 세계 인구 5000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독감을 비롯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 홍콩독감으로 수백만명에서 수천만명이 생명을 잃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968년 이후 신종 인플루엔자의 위기가 가장 고조된 시기"라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충분한 약이 보급될 수 있는지, 백신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병실 부족 사태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해 가금산업 종사자들은 민감한 반응이다. 한 가금산업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정부가 발생하지도 않은 AI 가상시나리오를 발표해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어 축산농가와 관련 음식업계에 큰 타격을 미쳤다"고 성토했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국내에서만 발표된 최악의 예측만은 아니다.

2005년 9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 인플루엔자 변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인 전염병이 될 경우 최대 1억5000만명이 사망할 수 있으며 총 800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는 AI가 국내에서 인체 감염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 한다. 하지만 문제는 AI의 특성상 변이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신의철 K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13일 한국생명공학연구협의회 주최로 열린 '과학자가 바라본 광우병, 조류 인플루엔자' 토론회에서 "아직 국내에서 AI에 걸린 사람은 없지만 인플루엔자의 특성상 변이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인 방역이 대책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타미플루 이외의 백신을 개발하는 등의 국가적 감염질환 대비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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