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자동차 "이대로"...항공·유통 "이중고"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8.05.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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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환율에 울고 웃는 주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업종별 주가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1050원대까지 육박한 원/달러 환율은 수출기업들에게는 실적개선의 '희소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업체들은 급등한 원/달러 환율 탓에 울상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1000원대 중반에서 당분간 오르내리며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쉽사리 하락세로 반전하지 않고 있는 데다 수출활성화로 경제성장률을 높이려는 정부의 고환율 선호 등 요인으로 환율 하락이 억제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기전자ㆍ자동차는 '희색'

최근 전기전자(IT)와 자동차 관련주들은 급등한 환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약세로 수출경쟁력이 강화돼 실적개선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 (87,400원 ▲300 +0.34%)는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점(1885.71)을 찍은 지난 15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는 76만4000원. 외국인들이 이날 1499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비롯해 4거래일간 3617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2064선까지 치솟으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던 지난해 10월에도 60만원 넘기기조차 버거워했지만 올 들어서는 달라졌다. 반도체 시황의 개선과 환율 효과를 입으면서 급상승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31일 907원(종가 기준)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올들어 지난 3월17일 1029원으로 첫 1000원대에 진입한 이후 5월 들어 1049.6원(5월8일)까지 치솟는 등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당초 예상치(1조7000억원)를 웃도는 2조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반도체 시황이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환율 효과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동양종금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9.5% 증가한 9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삼성전자가 연간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내게 된다면 2004년 이후 4년만에 기지개를 펴는 셈이다.

실적개선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3월17일 1537선부터 코스피지수가 본격 반등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40% 가까이 급등했다.

LG전자 (108,300원 ▼2,500 -2.26%)도 기분좋은 발걸음을 걷고 있다. 1분기에 사상 최대인 5642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440%나 급성장했는데 이는 원/달러 환율이 실적 급증에 일조했기 때문이다.

2분기에도 환율이 강세를 나타낸다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2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증권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주가도 승승장구다. 지난 15일 신고가인 16만4000원을 찍었다. 올 초 9만6400원이던 주가는 70.1% 폭등했다.

현대차 (283,000원 ▲2,000 +0.71%)도 실적개선에 가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61% 오른 5291억원을 기록했다. 주가도 이에 화답하면서 올들어 30% 이상 급등하면서 추가 상승을 엿보고 있다.

◆유통ㆍ수입업체는 '울상'

반면 오른 원화를 달러로 바꿔 원자재를 사와야 하는 수입업체들은 울상이다. 여기에 달러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원유를 비롯한 국제상품가격이 폭등해 수입업체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높아진 물가 탓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으면서 유통관련주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신세다.

유통대장주 신세계 (155,800원 ▼200 -0.13%)는 지난해 말 72만6000원이던 주가가 지난 15일 58만8000원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항공업계는 말그대로 비상이다.

배럴달 130달러선을 넘보면서 1년새 2배 이상 치솟은 유가에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손실이 불어나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32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대한항공은 주가가 연초 이후 33.6%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주가가 연초대비 29% 내려앉았다.

이밖에 주요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판매하는 정유업계와 식품업체들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환율 급등으로 물가불안이 우려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경기부양책인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다"며 "내수 진작책도 물가불안으로 적극 시행되기 힘들어지면서 내수주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환율 수혜주를 통한 투자전략

전문가들은 일단 전기전자와 자동차 관련 종목들에 대해 당분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를 제외한 유망종목은 어떤 게 있을까.

동부증권 (4,455원 ▼35 -0.78%)현대모비스 (237,500원 ▼4,500 -1.86%)를 추천했다.
윤태식 동부증권 연구원은 "환율 효과를 보는 현대차그룹의 신차 출시와 이에 따른 부품공급 증가, 국내외 운행대수 증가로 실적 증가가 지속 가능할 전망"이라고 귀띔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실적증가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25.3% 증가한 264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계열인 글로비스 (245,500원 0.00%)를 눈여겨보고 있다.
윤희도 연구원은 "환율 영향으로 올해 실적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며 "환율뿐 아니라 모든 사업부문의 매출이 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7,600원 ▼10 -0.13%)은 삼성SDI를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강윤흠 연구원은 "최근 삼성SDI에 긍정적인 환율 흐름과 PDP 부문의 반사 이익으로 예상보다 빠른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해 보인다"며 "삼성SDI는 디스플레이 업종 중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 민감도가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각 증권사들은 원/달러 환율 관련 수출중심 대형주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관련 주변주를 공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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