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서 "수업중 학생 조사한 것 아니다"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5.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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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도 전화 업무마비… 신고자 통해 촛불집회 성격 알아보려한 것일 뿐"

촛불시위를 집회 신고한 고등학생을 조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빗발치는 항의에 당황한 전주 덕진경찰서가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15일 오전 관련보도가 나가자 분노한 네티즌들은 이 경찰서와 전북지방경찰청의 홈페이지에 수많은 비난 글을 쏟아냈다. 접속자의 증가로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였다. 항의 전화도 내내 이어졌다.



덕진서 정보과 관계자는 "사실이 부풀려져 시민들이 분노한 것 같다"며 "미국, 호주에서까지 전화가 걸려와 하루 종일 업무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학생에게 어떤 혐의를 두고 조사한 것이 아니라 고등학생이 집회신고를 했길래 주최 단체의 성격, 경위, 누가 주도하는지, 참가예상 인원 등을 알아보려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대개 집회신고를 한 사람과 담당경찰관이 간단한 상의를 하는데 이 신고는 옆 관할인 완산경찰서로 들어온 것이라 사전 상담을 못해서 굳이 찾아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수업 중 학생을 끌어냈다는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덕진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수업 종이 울린 후에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학생을 부르기 위해)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조사 시간도 불과 3분 밖에 안돼 쉬는 시간 안에 다 끝났다"고 주장했다.

↑전주 덕진경찰서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글↑전주 덕진경찰서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글


경찰은 문제가 불거지자 "조사를 한 담당경찰관을 상대로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밝혔다. 담당경찰관과의 직접적인 연락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아직 미성년자인 학생을 '촛불집회'를 이유로 학교까지 찾아가 조사했다는 사실 자체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등학생을 찾아 정보과 형사가 학교를 찾아가는 일이 어느 시대 얘긴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는 항의 글들이 이 경찰서 게시판과 주요 포털 게시판, 블로그 등에 계속 올라오고 있다.

비난의 표적은 이 학생이 다니는 전주 우석고등학교에도 향했다. 해당 학생이 경찰 조사 후 학교 교사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갔기 때문이다. 우석고의 홈페이지는 이날 내내 접속자가 폭주해 접속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교무실 전화는 계속 통화 중인 상태다.

앞서 CBS는 지난 6일 수업을 받고 있던 한 고등학생이 학생 주임실에 끌려가 덕진서 정보과 소속 이 모 형사로부터 김 군이 어떤 단체에 소속돼 있는지, 또 누가 지시했는지, 언제부터 인터넷 모임 활동을 했는지, 인터넷 모임의 운영자는 누군지 등에 대해 자세한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 학생은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그새 소문이 퍼졌는지 선생님들로부터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 아니냐', '착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나쁜 녀석이었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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