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죽은 상권, '디자인 서울'이 살릴까?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08.05.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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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동대문 지역 재창조 프로젝트 가동

서울시가 동대문야구장에 이어 동대문운동장 철거를 시작하고 ‘디자인 서울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디자인플라자&파크 조성공사는 서울시의 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뉴타운 관련 발언과 전시행정에만 힘쓴다는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로 보인다.

서울시는 5월14일 오세훈 시장을 비롯해 축구계 인사 및 지역민들과 함께 82년의 역사를 간직한 동대문운동장 철거 기념행사인 ‘굿바이 동대문운동장’ 행사를 개최하고 철거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이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철거에 돌입 6월 말까지 완료한다는 목표다. 시는 9월부터 공사에 들어가 2010년까지 유럽에서 활동 중인 이라크 출신의 유명 여류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의 설계를 토대로 디자인프라자&파크를 완성할 계획이다.

◆인근 상권은 여전히 침울



동대문운동장 맞은편 밀리오레. 저녁이 되면 휘황찬란한 조명과 쟁쟁한 마이크 소음 덕에 이곳을 지나는 나이든 행인들은 절로 귀를 막게 된다. 10대들의 탈출구인 이 지역 뒷골목에는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물고 있는 남녀 중고생을 종종 볼 수 있다.

10여년 전 패션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동대문 상권은 지속적으로 팽창을 거듭하며 동대문운동장과 야구장 주위로 넓게 자리잡았다. 한때 쇼핑몰은 소액투자의 블루칩으로 각광을 받기도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오 시장의 동대문 활성화사업과는 반대로 동대문 상권은 쇼핑몰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크게 위축된 상태다. 현재 성업 중인 동대문의 주요 쇼핑몰은 밀리오레와 두타 정도. 나름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헬로우 APM’도 30% 가량의 공실을 갖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상황은 더욱 더 암담하기만 하다. 라모도, 하이해리엇, 뉴존, 패션TV 등 대동소이하기는 하나 동대문 인근의 대부분의 쇼핑몰들이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동대문을 비롯한 서울 전역의 쇼핑몰 형태의 상가가 시장에서 외면당하면서 경매시장에서 헐값에 넘어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7계는 5월15일에 을지로6가에 위치한 헬로우APM 8층의 근린상가 9.9㎡를 805만3000원에 내놨다. 감정가는 4800만원이었지만 입찰자가 없어 7회의 유찰 끝에 감정가의 17%에 내놓은 것. 인근의 다른 상가도 6~7회의 입찰에도 낙찰자가 없는 상황이다.



동대문 상권이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몇몇 쇼핑몰에서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 중에 있다. 흥인ㆍ덕운시장 통합 재개발을 통해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의 도소매 패션몰인 맥스타일이 저가 점포를 내걸고 분양에 나서고 있다. 맥스타일 분양은 타지역 상가에 비해 나름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기분양으로 홍역을 치르고 개점을 눈앞에 둔 굿모닝시티는 9~11층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메가박스를 입점시키고 의욕이 넘치고 있다.

결국 기존의 상가분양에서 벗어나 새로운 운영 형태로 접근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쇼핑몰이 소액 자본가를 대상으로 한 개별 구좌 형태의 분양을 진행하다 보니 통일성에 저해를 가져왔다”며 “굵직한 업종선택으로 변화한 곳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이 예로 드는 곳은 현대아이파크몰. 고급화된 백화점식 쇼핑몰에 통일성까지 갖춰 쇼핑몰 불황에도 나름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파트는 멀고 오피스는 가깝다

동대문 디자인프라자&파크의 공사로 인해 직접적인 수혜를 얻는 지역은 창신ㆍ숭인지구다. 3차 뉴타운 지정 고시 후 높아질 대로 높아진 가격때문에 접근이 힘들지만 동대문 일대가 변모하면 큰 혜택을 받을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뉴타운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소액투자자나 단기적인 결과를 얻으려는 투자자가 기피하는 지역이다.



또 동대문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는 낡고 노후한데다 도보로 이용하기에 거리가 있어 직접적인 수혜지역으로 분류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향후 2~3년 동안 동대문 인근에서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경우 아파트보다는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을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는 “많지 않지만 간간이 나오는 매물이 있으며 가격 변동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디자인프라자&파크 부지 인근은 오피스텔 공급이 거의 없어 항상 수요가 많은 지역. 인근 쇼핑몰을 운영하는 소액 사업가가 주요 임차인이다. 최근 거평프레야 리모델링 공사로 많은 수요가 발생했지만 물량이 없어 높은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분양면적 33㎡에 매매가 1억원선. 월세가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오피스텔의 특성상 차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팀장은 “동대문의 디자인프라자&파크 자체는 하나의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수혜를 받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오피스텔의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기보다는 강남이나 도심 내 수준의 임대수익을 기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호재거리 하나만 가지고 투자해 수익을 기대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따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吳시장의 고민, 계획대로 진행될지 미지수

공사에 대한 난제도 있다. 오 시장은 풍물시장 상인들과의 철거 충돌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은 데다 인근 노점상과의 보상 문제로 여전히 마찰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진보 언론은 지난 4월16일 새벽 5시에 서울시가 공무원과 용역업체 직원 및 경찰 등 1600여명을 동원해 상인을 내쫓으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언론은 노숙자를 동원해 풍물시장 철거에 투입시켰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 한 관계자는 “철거의 기술적 문제나 소음ㆍ분진 등의 문제는 전혀 없으나 상인들과의 보상 문제가 걸림돌”이라며 “6월 말까지 철거가 완료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설동 숭인여중 터로 이전을 진행 중에 있는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으로 일터를 잃은 상인들에게 약속한 부지로 2004년에 자리를 옮긴 곳이다.



한편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산업디자인연합회 총회에서 서울이 ‘2010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것에 한껏 고무돼 있어 디자인프라자&파크의 추진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강의 기적을 재현하려는 오 시장의 입장에서는 ‘디자인의 기적’이라는 청계천 복원급의 가시적 성과가 하루 빨리 나와야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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