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촛불에 놀란 MB, 'fun'에 눈떴나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8.05.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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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웃음코드'가 담겨 있어야 팔린다는게 최근 각광받고 있는 '펀(fun) 마케팅'의 요체다. 한데 대한민국호의 최고경영자(CEO)를 자임하는 이명박 대통령도 'fun'의 중요성에 뒤늦게 눈뜬 것 같다.

이 대통령은 14일 "젊은 세대에게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재미, 즉 펀(fun)이 없으면 의미가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며 "정책을 만들고 전달할 때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자리에서였다. 10대 소녀그룹 '원더걸스'를 키워낸 박진영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 10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 '왕의 남자'의 산파역인 사진실 중앙대 국악대학 교수, 김기범 초록뱀 미디어 대표이사 등 민간위원들과 인터넷, 한류(韓流), 10대 등 다양한 담론을 주제로 대화하다 나온 말이다.

인터넷이 화제가 되자 이 대통령은 "(젊은 세대들은) 정책을 받아들일 때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살피는 감수성이 대단히 높아졌다"며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 세대에게 정부 문서는 '공자가 문자 쓰는 격'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0~40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정책을 설명할 때와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정책을 설명할 때의 방식은 달라야 한다"며 "이제 좀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래위원회가 인터넷 사이트를 열 계획이라고 하는데 '미래위'라는 이름에 걸맞게 젊은 감각으로 젊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전개된 광우병 파동을 주도했던 '10대 파워'를 염두에 둔 자성의 말로 해석된다. 사실 10대들은 '광우병 괴담' '광우병 사태' 등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하게 지칭되는 이번 사안을 주도했다는게 지배적 평가다. 이들은 '싸이질'로 대표되는 인터넷의 가상공간은 물론 도심 한복판에서 열린 촛불집회의 주력부대로 나섰다.

이와 관련,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도심에서 열리는 시위 참가자의 태반이 10대인데, 마땅한 놀이문화가 없어서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촛불든 10대는 휴대폰 문자와 싸이질로 수만명을 끌어모아 세상을 놀라게 했고 결국 "국민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쇠고기 수입을 전면중단하겠다"는 정부의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이 대통령도 최근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13일 국무회의)" 등 자성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10대들과 호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나는 개그프로를 일부러 유심히 보곤 한다.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배우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내 생각은 매우 진보적이고 지난 대선때는 여느 후보보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후보로 분류되곤 했는데,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니 보수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진정성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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