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정치란]신낙균 "돌봄"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5.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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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치란]신낙균 "돌봄"


"다들 이름이 영자, 정자, 명자 이런데 내 이름만 왜 이럴까 했었죠."

어린 낙균은 속이 상했다. 또래 친구들의 이름은 모두 평범하고 여성스러웠는데 자신의 이름은 그렇지 않았다. 딸인 자신에게도 아들처럼 돌림자 '균'을 쓴데다 여자이름치고는 드물게 즐거울 '낙'을 붙여준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철이 들고서야 선친의 깊은 뜻을 알았다. 여성이라고 해서 차이를 두거나 차별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이름에 들어있었다.



"어릴 때부터 딸이라 해서 차별받지는 않았어요. 보수적인 시골이었는데도 말이죠. 6.25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홀로 자식들을 키운 어머니도 '딸이니까 빨리 시집가라' 이런 얘기는 안하셨고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보니 여성차별이 많더군요."

신낙균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이 여성운동가가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유신시절 여성단체에 대한 정부 탄압이 그의 정의감에 불을 질렀다.



남다른 이름에 속상해하던 소녀는 그렇게 진보적 여성운동가가 됐고 어느덧 시민사회 진영의 리더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5년 국민회의 창당 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대표던 그를 직접 영입해 당 부총재에 앉혔다.

김 전 대통령은 젊은 시민운동가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향을 높이 샀다. 그는 당 부총재와 여성위원장 역할을 무난히 수행했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문화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이번 18대 국회엔 민주당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신 위원을 이끈 것은 희망과 긍정이었다.

"절망은 심리에요.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하잖아요. 아이들에게도 절대 불가능은 없다, 어떻든 길을 찾아보라고 얘기해요."


그에게 '여성' 못지 않게 중요한 관심사는 '교육'이다. 공교육 확대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18대 국회에선 교육위원회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여성운동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그에게 정치는 '돌봄'이다. 정치란 사회적 약자가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돌봐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성과 교육이란 화두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와 엘리베이터를 함께 기다리며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먼저 오는 걸 탄다고 꼭 먼저 올라가는 게 아니더라고요. 사람이 몰리면 더 자주 서고 그럼 늦게 왔던 엘리베이터가 먼저 도착할 수도 있어요. 인생이 꼭 엘리베이터 같죠."

역시 시민운동가인 신필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이 그의 여동생이다. 언니처럼 어릴 땐 이름 때문에 맘고생이 있었을 듯하다.

△경기 남양주·67세 △무학여고·이화여대 △예일대 석사·조지워싱턴대 교육학 박사 수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회장 △15대 국회의원 △문화관광부 장관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18대 국회의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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