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에 뒤통수 맞은 대주단 "당황스럽다"

더벨 박준식 기자 2008.05.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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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론 리파이낸스 협상하며 뒤에선 매각 추진..이랜드 '신용'에 의구심

이 기사는 05월14일(16:1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이 재정난 극복을 위해 홈에버 매각을 전격적으로 결정하면서 대주단의 자금운용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랜드가 그동안 매각추진 사실을 숨기고 대주단과 대출금 차환협상을 벌여왔기 때문. 차주의 요청만 믿고 리파이낸스를 추진하던 대주단은 예고없이 진행된 매각으로 자금운용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주단 관계자는 "이랜드가 겉으로 차환을 준비하면서 (대주단과) 사전협의없이 매각을 추진한 건 결과적으로 우리를 기망한 것"이라며 "법적으로는 몰라도 도덕적으로 시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으로 구성된 홈에버 대주단은 이랜드가 2년전 까르푸(홈에버 전신)를 인수할 당시 약 8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제공했다. 이랜드와 대주단은 대주주 변경시 대출금을 전액 상환한다는 약정을 맺었다.

대주단은 약정이행을 위해 홈에버 매장을 담보로 잡은 상태. 홈에버가 테스코에 팔렸기 때문에 대출금 상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동안 이랜드측과 리파이낸스를 추진했던 대주단이 예정에 없던 대출금을 상환받게 된다는 데 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자금 운용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이랜드는 최근까지도 홈에버 매각의지를 숨기고 대주단과 대출조건 재조정을 협의해 왔다.


대주단의 다른 관계자는 "홈에버 매각사실을 언론을 통해 전해듣고 이랜드와 접촉하려 하고 있지만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라며 "자금을 상환해도 그대로 유보해둘 수 없는 은행으로서는 운용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채무약정에 따라 2년 동안 홈에버 대주단의 채권을 2000억원 가량 상환했다. 하지만 홈에버 경영악화와 그룹 전체의 재정난이 가중되자 상환했던 자금 2000억원을 포함, 약 8000억원 가량의 리파이낸스 계획을 세우고 최근까지 은행권과 협상을 지속해 왔다.

이랜드의 재무상황 악화로 차환대출을 꺼리던 은행권은 이랜드리테일의 유상증자를 전제로 리파이낸스 계획을 진행해 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이랜드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으로부터 각각 3000억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2000억원은 하나은행으로부터 조달할 예정이었다.

차환대출을 준비하던 대주단은 이제 테스코에 "혹시 인수자금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타진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테스코가 자기자금으로 홈에버를 인수한다면 기존 대출을 재조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차입을 원한다면 이랜드가 맺어놓은 조건을 토대로 여신계획을 재조정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테스코는 우선 자기자금으로 (홈에버) 인수금을 지불한 후 이랜드보다 좋은 조건으로 차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자기자금이 거의 없이 까르푸를 인수했던 이랜드보다는 (테스코의) 인수금융 규모가 훨씬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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