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버 FI들 "매각사실, 하루전에야 통보"

더벨 현상경 기자 2008.05.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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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버 매각]④13일 밤 이랜드서 매각진행 통보받아...지분처분 동의여부ㆍ가격 등 고심

이랜드의 예고없는 홈에버 매각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공동으로 지분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들이다. 2006년 인수당시 인수대금 5100억원을 내놓은 화인컨소시엄 6개 회사와, 1000억원을 댄 산업은행 사모펀드(PEF)다.

이들은 FI인 동시에 홈에버의 지분 총 45%(우선주 포함)을 보유한 실질적인 2, 3대주주다.



홈에버 FI들 "매각사실, 하루전에야 통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적투자자들은 최근까지 이랜드에서 홈에버 재매각 사실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 13일 밤 늦게서야 화인파트너스 등 일부 주주들에게 전화로 "퍼미라 유상증자와 별도로 테스코에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는 연락이 갔다.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이에 "그런 사실은 협상과정에서 미리 미리 다른 주주들에게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일부 주주들은 홈에버 매각 가능성을 어렴풋이 짐작하기도 했다. 다만 이랜드가 계약 직전까지 진행상황에 대해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이유다.



홈에버의 다른 주주들은 이제 보유지분의 처분여부는 물론, 가격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

화인컨소시엄은 이랜드와 맺은 주주간 계약서에 기초해 보유지분을 이랜드에 넘겨줘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랜드는 이들의 우선주와 전환사채(CB)에 대해 최근 '콜옵션'을 행사했으며 6월말 연 12%안팎의 보장수익률로 지분을 되사기로 공시까지 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컨소시엄 회사들과 협의를 통해 지분을 이랜드에 매각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산은PEF가 보유한 지분도 팔릴 가능성이 높다. 산은PEF는 이미 홈에버 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오히려 산은이 먼저 이랜드와 동일한 조건으로 테스코에 지분을 처분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할 수도 있다. 산은측은 홈에버 지분투자 과정에서 이랜드와 태그얼롱(Tag-Along, 1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면 나머지 주주들이 동일조건으로 지분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조항을 마련해 놨다. 산은PE실 관계자는 "이랜드 투자에 대한 기대감은 오래전 사라졌다"며 매각가능성을 내비쳤다.

결국 관건은 '가격'이다. 화인컨소시엄은 보유지분에 대한 이랜드의 콜옵션 행사 공시에서 "처분금액은 거래종결일 기준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가격을 높여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변수가 많다보니 홈에버 주주들의 최종 선택은 제각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동의하는 2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는 이들이 순순히 매각에 참여하기보다는 뽑아낼 수 있는 최대이익을 계산하면서 주당매각가격을 높일 것이란 점이다. 둘째는 이윤추구의 차원을 떠나서 신의를 저버린 이랜드에 대한 배신감이다. "앞으로 이랜드와 다시 거래할 일도 없겠지만 설령 있다고 해도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컨소시엄 한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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