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유학생 "이제 쌀밥을 끊어야 하나요"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08.05.1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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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뉴욕 유학생 인플레 체험기
- 쌀값 급등, 원화 약세에 신음…한달 생활비 두배 뛰어


"쌀값이 자고 일어나면 올라있어요. 이제 밥을 끊어야 하나요? 밥대신 빵을 먹으려고 해도 밀가루값 때문에 빵가격도 오른지 오래됐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 생활하는 한 한국 학생이 쏟아낸 푸념이다. 뉴욕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효영 씨(29)는 요즘 장 보기가 겁난다. 그가 평소 구입하던 쌀의 가격이 두배 가량 올랐다.



정 씨는 지난 7일 한인타운의 한 수퍼마켓에서 비교적 저렴한 캘리포니아산 쌀을 구입했다. 한국상표의 쌀은 살 엄두도 못낸단다. 정 씨는 "한 포대에 6~7달러 하던 쌀값이 이제 13~14달러"라며 "우유 계란 채소 할 것없이 다 올랐다"고 말했다.

파 두 단에 1달러였던 것이 이제는 1.6달러로 60% 가량 올랐다. 계란 가격도 이전의 두배다. 한국상표인 '삼수갑산' 쌀은 10파운드짜리(약 4.5kg)가 지난달 10달러에서 13달러로 한달새 30% 가량 올랐다.



↑ 뉴욕 한인타운 가게마다 쌀포대에 붙여놓았던 가격표를 뗀 채 판매하고 있다. ↑ 뉴욕 한인타운 가게마다 쌀포대에 붙여놓았던 가격표를 뗀 채 판매하고 있다.


쌀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가게들도 쌀 포대에 붙였던 가격표를 모두 떼어 놓았다. 뉴욕 한인타운에 있는 A마트 점원은 "쌀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 같아 가격표를 아예 떼어놨다"며 "쌀값이 오르는 바람에 여기에서 파는 떡값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밥 대신 먹을 주식도 마땅찮다. 밀값 급등으로 빵, 면류 가격은 이미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정 씨는 "한인타운에서 파는 자장면 한그릇 가격이 1만3000원"이라며 "빵 가격도 30~50%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뉴욕에 있는 제과점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밀 가격 상승으로 부득이 가격을 인상합니다'라는 문구를 써붙였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 유학생들은 생활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최근 원/달러 환율까지 올라 체감 물가상승률은 더 높다. 정 씨는 "달러 오르지, 물가 오르지 유학생들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뉴욕에서 어학연수중인 김 모씨(28)는 "전에는 한번 장을 보면 20달러면 됐는데 지금은 같은 물품을 사도 30~40달러는 쓴다"며 "전에 한달 먹던 식비로 지금은 보름도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제 쌀 가격은 올들어 급등세를 나타내며 1년새 50% 이상 올랐다. 특히 최근 각국의 수출중단에 따른 수급 불안은 미얀마의 사이클론 피해 우려까지 확산되면서 극에 달했다.

전날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쌀 6월 인도분은 100파운드당 22달러로 전일대비 1.96% 하락 마감했다. 이달들어 2일부터 6거래일 연속 급등한 쌀 가격은 지난 12일부터 소폭 하락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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