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브릭스펀드하니? 난 브릭스시장 먹는다

배현정 기자 2008.05.24 10:32
글자크기

[머니위크]신소비시장 신흥 8개국 공략법

요즘 웬만큼 재테크에 관심 있다 해놓고 브릭스(BRICs) 모르면 엉터리다. 브릭스의 약자를 전부는 모를지라도 앞으로 '뜰' 나라들이라는 것 정도는 대부분 안다.
하지만 간접투자 인기가 치솟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 황금시장을 선점하려고 시도하지 않을까?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브릭스를 비롯한 신흥시장에는 대기업 중심으로 일부 기업들만 진출해 있는 상황"이라며 "유망하다고 생각만 하지 말고 직접 개척에 나선다면 시장 선점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신흥시장은 어떻게 공략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궁금해하는 기업들을 위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신소비시장으로서 신흥8개국(BRICs+VIST) 특성과 기업의 대응전략'이란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 소득 5000달러 이상 중산층,10년 내 2배 증가 전망



세계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신흥 8개국은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VIST(베트남 인도네시아, 남아공, 터키)다.

이들 신흥 8개국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GDP규모가 지속적으로 큰 폭 상승한 국가들이다. 중국 11.3%, 인도 8.5%, 베트남 9.2% 등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연구소는 이러한 신소비시장에서 소비를 이끌 연간 가처분 소득 5000달러 이상의 중산층은 2005년 8700만가구에서 2015년 1억7000만가구로 급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소비패턴도 의식주 중심의 '생계형 소비'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가치형 소비'로 변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화 미디어의 개방으로 소비동질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하나의 거대한 소비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흥시장의 소비 중심 계층은 국가별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대도시에 거주하는 고소득, 고학력의 젊은 세대다.

그러면 이들 8개국의 공통된 소비 특성은 무엇일까? 연구소는 ▲서구브랜드 선호 ▲선택형 소비 확대 ▲현재 지향적 소비지출의 3가지로 집약해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 구매력이 미약하지만 과시와 개성 표출을 위해 서구 브랜드를 선호하여 중저가 글로벌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낙후된 유통 인프라가 개선되고 의식주에 대한 소비지출 비중이 감소하면서 레저, 여행, 교육 등 선택형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보다는 현재를 즐기는 현재지향적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너 브릭스펀드하니? 난 브릭스시장 먹는다


◆글로벌 중저가 브랜드 전략 등 효과적

기업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매력적인 신흥8개국도 공략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과연 어떻게 꿰야 하는 것일까?

신흥8개국의 구매력 왕성한 신소비계층을 공략하기 위해 제시된 대표적인 5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굿-이너프'(Good-Enough) 브랜드 개발이다. 신소비계층의 소비 규모는 증가했으나 여전히 구매력에는 한계가 있어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브랜드를 통해 공략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것.

'노키아 1100모델'이 대표적 성공사례다. 노키아가 신흥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이 휴대폰은 흑백 화면, 문자 메시지, 알람 등 필수 기능만 제공해 생산비용을 최소화했다. 2003년 출시된 1100모델은 지금까지 2억대가 판매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전자제품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소니의 PS2는 1억1500만대, 아이팟은 1억대가 판매됐다).

둘째, 글로벌 브랜드력을 활용하는 한편 각 국가별 사회ㆍ경제ㆍ문화의 차이를 고려한 제품 및 서비스의 현지화 전략이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인도가 정전이 빈번한 것을 고려해 정전으로 작동이 중지되더라도 전자제품이 당시의 상태를 기억해 재작동되는 기능을 개발했고 노키아의 경우 휴대폰에 먼지가 들러붙지 않도록 번호판과 본체를 일체형으로 제작한 것 등이 좋은 예다.

셋째, 낮은 구매력을 보완해줄 수 있는 금융상품과 연계하는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요구된다.

브라질의 최대 가구ㆍ가전 전문 유통기업 인 카사스 바이아는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장기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품을 판매, 2300만명의 회원 중 약 70%가 이 금융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넷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을 통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로레알, 비오템 등은 유니세프 중국지사에 일부 수익금을 전달하고 스타벅스는 중국의 빈곤지역인 서부지역의 교사양성을 위한 기금 등을 기탁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고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을 수 있었다.

다섯째, 뉴미디어 마케팅을 통한 젊은고객 확보가 중요하다. 신흥시장의 경우 젊은 계층의 비중이 높아 뉴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활동이 효과적(브라질, 인도,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가 평균연령이 30세 이하)이다. 인도는 2001년에서 2006년까지 인터넷 사용자수가 3.5배 증가했는데 이중 50%가 18~35세였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각각 중국의 유명 온라인 게임업체와 손잡고 탄산음료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 신조어로 보는 신흥시장의 소비주도 계층

신흥국의 소비주도 계층은 '현재를 즐기자'는 사고가 지배적이다. 기업들에게 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들 신소비계층의 실체를 신조어를 통해 들여다본다.

'블랙 다이아몬즈'(Black Diamonds). 이는 보석의 한 종류가 아니라 급속도로 성장하는 남아공의 흑인 중산층을 일컫는 말이다. 대략 남아공 인구의 9%인 26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차지하는 소비 비중도 28%가 넘는다.

이들은 패밀리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즐기며 90% 이상이 대형 쇼핑몰을 선호한다. 주택보유 비중은 73%에 달하며 자동차는 70%, 내구성 소비재는 82%, 신용카드는 73%가 소유하고 있다.

한편 신흥국 중에서도 가장 위력적인 소비 파워를 과시하는 중국에는 신흥소비세력도 그만큼 막강하게 형성돼 있다.

그 중심에 소황제(小皇帝)로 널리 알려진 소비문화의 리더가 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인구 억제 차원에서 한자녀 정책을 실시한 1978년 이후 태어난 세대. 가정에서 귀하게만 자란 소황제는 기성세대와 달리 서구문화와 고품질 소비를 선호하고, 유행과 개성을 중시한다. 중국에선 '일가족 6명이 돈을 벌면 아이 하나가 다 써버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비파워가 크다.

이들은 곧 '포스트 80세대'로도 연결된다. 바로 소황제 1세대를 의미하는 말이기 때문. 나이는 17~26세로 직업은 대학생 또는 직장 1~3년 경력의 신입사원에 해당한다. 이들 중 1981년 이전에 태어난 한 자녀 수는 9000만명 이다.

심지어는 빌려서라도 명품을 사는 월광족(月光族)도 있다. 월광족은 월급을 뜻하는 월신(月薪)과 남기지 않는다는 의미의 광(光)의 합성어. 이들은 특히 사무실에 근무하는 화이트칼라 사이에서 급속하게 세를 불려가고 있다. 명품구입에 월급을 아끼지 않으면서 돈이 부족하면 신용카드나 빌려서 명품을 구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 약 30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