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도전 20개월' 이랜드 실패이유

머니투데이 백진엽 기자 2008.05.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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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까르푸 인수후 실적부진에 노사문제까지 겹쳐

이랜드그룹이 본격적인 유통사업에 진출한 지 20여개월만에 손을 뗀다.

의류사업으로 시작해 지난 2006년 한국까르푸를 인수, 같은해 9월28일부터 홈에버라는 이름으로 할인점 영업을 시작한 이랜드그룹은 홈플러스에 애물단지인 홈에버를 넘기기로 했다.

한국까르푸를 1조7100억원에 인수한 이랜드는 이번에 2조3000억원에 팔기로 함에 따라 단순 산술상으로는 5900억원의 차익을 남기게 됐다. 하지만 한국까르푸 인수후 기존 점포의 리뉴얼, 상주, 포항, 신도림 등 3개 점포의 추가 오픈에 들어간 비용 등을 감안하면 계산이 조금 복잡해진다.



또 한국까르푸를 인수하면서 차입한 대금에 대한 이자비용도 고려대상이다. 이랜드그룹은 한국까르푸를 1조7100억원에 인수했지만 인수자금중 자기자본은 2800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외부 유치자금을 동원한 차입인수(LBO) 방식으로 구멍난 재정을 메웠다.

리뉴얼, 추가 점포 오픈 등에 소요된 비용과 이자비용 등을 감안하면 큰 차익을 남겼다고 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때문에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직후 기자들을 만난 구학서 신세계 (156,700원 ▼1,600 -1.01%)부회장이 까르푸 점포의 재매각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다봐 이랜드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홈에버는 지난해 2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며 그룹 자금운용에 부담을 줬다. 홈에버를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조5767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649억원의 영업손실, 193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홈에버는 지난해 비정규직 문제로 노사 갈등이 심화되면서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까지 번지는 등 사회문제화돼 이랜드그룹의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가했다.


지난해 초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노사가 마찰을 빚다가 6월말 노조의 매장 점거, 7월 공권력 투입으로 인한 강제 해산, 이후 이어지는 노조의 집회와 노사간 법적 소송 다툼 등 홈에버 노사문제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노사 문제는 이번 홈플러스로의 매각에서도 막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노사문제뿐만 아니라 이랜드가 사실상 대규모 마트 운영경험이 일천했던 것도 홈에버 운영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대형마트는 패션매장처럼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전량 매입'과 '전량 판매'가 이뤄져야하는 과학적인 판매기법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데 이같은 인적 자원과 시스템을 이랜드가 애초부터 갖추질 못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의류매장으로 시작해 짧은 시간에 대기업 규모의 그룹으로 발전시킨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의 신화에 홈에버의 실패가 큰 오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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