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기도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8.05.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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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명박 대통령을 위한 기도


이명박(MB) 대통령은 '하면 된다'의 사람이다. 그는 잡곡 살 돈도 없어 술을 짜내고 남은 찌꺼기인 술지게미로 하루 두 끼 배를 채워야 했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낮에 일할 수 있는 야간상고나마 등록금이 든다며 그가 동지상고에 진학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는 등록금을 면제 받기 위해 3년내 주·야간 통틀어 1등을 고수해야 했다.



 이태원에서 막일 할 땐 '대학 중퇴자'라도 되고 싶단 생각에 불면제 '안나뽕' 맞아가며 독학으로 고려대에 진학했다. 진학 후엔 새벽에 6번 시장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일을 하며 대학을 마쳤다.

시위 주동자로 구속된 전력 때문에 취업이 어렵자 박정희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썼고 청와대 민정 담당 비서관을 만나 담판을 벌였다.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엔 5년만인 29세에 이사 직함을 달았고 35세에 사장, 46세에 회장이 됐다. 퇴사 후엔 정계로 진출해 의원으로, 서울시장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다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다.



 이 대통령은 국정 운영 스타일도 '하면 된다'다. 물가가 오르면 생활필수품 52개의 수급을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미국 의회에서 주춤하자 미국산 쇠고기를 제한 없이 수입'하면 된다'고 믿었다.

대선 공약인 7% 경제 성장에 대해서도 "목표에 가까운 성장을 할 수 있다"고 긍정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근혜계 인사들에 대해선 "국내엔 경쟁자가 없다"며 무시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개인 이명박'의 '하면 된다'는 '신화'를 이뤘지만 '대통령 이명박'의 '하면 된다'는 문제만 일으키고 있다. 관리'하면 된다'고 봤던 생필품 52개의 가격은 전체 소비자물가보다도 더 뛰었고 "값싸고 좋은 고기"라 믿었던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 파동'을 낳으며 탄핵 역풍까지 몰고왔다.


경제는 7% 성장은커녕 5%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외면했던 박 전 대표와 그 측근들은 검찰 수사에도 기가 죽기는커녕 죽어라 말도 안 듣는다.

 이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그가 내세운 선진한국 건설에 반대할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론인 '하면 된다'에 대해선 국민들의 믿음이 점점 더 옅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하면 된다'식 '경제론'에 열광했던 사람들이 국제 원자재가 상승, 세계 경제 부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 등등 '해도 안 되는' 현실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 대통령처럼 자수성가한 사람들에겐 약점이 하나 있다. 해도 안 되는 현실,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다. 그가 믿는 하나님을 향해 진심으로 기도하고 싶다.

"하나님, 우리의 대통령에게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주옵시고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의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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