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버 인수' 홈플러스, 노조 걸림돌 해결할까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8.05.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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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테스코의 홈플러스가 이랜드그룹의 홈에버를 전격 인수키로 하면서 홈에버의 최대 걸림돌인 노조 문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사측과 극심한 갈등관계를 빚어온 이랜드 노조는 지난달부터 제기돼온 홈에버 매각설에 예의주시해왔다.

노조는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랜드그룹과는 전혀 타협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새로운 돌파구로 '매각'에 대해 열린 입장을 견지해왔다.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노조 불가론'을 고수, 노사간 합의점 찾기가 불가능했던 만큼, 제3자 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오히려 노사간 갈등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였다.

그러나 노조인정, 고용승계는 노조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요구사항.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위원장은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단, 노조를 인정하고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어야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저지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 노조는 지난달 홈에버 매각추진에 대응, 매각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노조가 분리되는 일이 없도록 규약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지난 25일 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홈에버 매각에 대비한 규약개정안을 96%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특히 노조는 삼성테스코의 인수를 반기는 분위기다. 테스코가 영국 회사로 영국이 과거 노동 문제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합의의 여지가 더 클 것이라는 기대다.

김경욱 위원장은 "테스코의 홈에버 인수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입장"이라며 "다만 수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만큼 테스코 본사와 교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직원 모두를 승계하기로 해 노조와의 극심한 대결 양상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과거 까르푸가 이랜드에 인수될 때 고용승계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사문제가 생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속단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노조측은 삼성테스코에 무노조 원칙이 강한 옛 삼성맨이 대거 경영진으로 포진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협상 막판까지 삼성테스코 한국인 경영진은 노조를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국 테스코측에서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 타결이 됐다는 후문이다.

삼성은 IMF 위기 당시 구조조정차원에서 99년 영국 테스코에 홈플러스를 매각했다. 이후 영국 테스코는 추가 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89%까지 끌어올렸다. 이승한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삼성물산 등 삼성출신이며 삼성테스코에는 노조가 없다.

영국 테스코의 홈에버 인수로 아시아를 비롯해 해외사업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됐다.
테스코는 1998년 로터스(Lotus) 체인 인수를 통해 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아시아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현재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해있다.

이랜드그룹은 2006년 까르푸로부터 전국의 35개 매장을 1조7000억원에 인수, 사명을 홈에버로 바꾸고 영업활동을 벌여왔다. 리모델링으로 인한 영업차질, 노사 대립으로 인한 영업난 등으로 홈에버는 지난해 매출 1조5767억원에, 영업손실 648억원, 순손실 1939억원을 기록했다. 이자비용만 1015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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