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보다 빠른 中 시민기자' 언론 앞서 지진 보도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8.05.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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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로블로깅 사이트 등 통해 실시간 타전
- 전화 불통에도 인터넷망은 건재
- 일부 루머, 사실 둔갑하기도


12일 오후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세계에 가장 먼저 전한 것은 현지의 신화통신 또는 CCTV도, 24시간 뉴스전문 케이블방송인 CNN도 아니었다.



텔레그라프,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은 12일 미국 지질연구소(USGS)가 청두에서 리히터 규모 9.8의 강진이 있었다고 발표하기 이전 중국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지진 발생을 알렸다고 13일 보도했다. CNN, AP,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이 USGS 발표를 인용, 지진 소식을 타전하기 한시간여 전 상황이다.

전화는 지진으로 불통이었지만 다행히도 쓰촨성 내 인터넷 통신망을 살아 있었다. 유선전화와 휴대전화가 모두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현장의 소식을 전해줄 수 있는 수단은 인터넷뿐이었고 같은 이유로 세계는 중국 네티즌들의 발빠른 블로깅에 더욱 주목했다.



◇언론 보도 앞서 실시간 타전

트위터, 팬포우, 아이라오다오 등 이용자들의 직접 업데이트가 가능환 마이크로블로깅 사이트에는 인터넷 메신저, 단문메시지서비스, 이메일 등을 통해 전해진 지진과 관련한 소식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같은 시간 온라인저널리즘 블로그, 글로벌보이스 온라인 등 이른바 시민 저널리즘 사이트에는 네티즌 기자들의 중국 지진 관련 기사가 실렸다. 또 세계 최대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두려움과 혼란에 휩싸인 피해 현장의 모습이 전해졌다.


신문, 방송 등 이른바 전통 언론이 접근하기 어려운 생동감 있는 소식들이 인터넷을 타고 신속하게 전파된 것이다. CNN방송이 자료화면으로 전한 동영상도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 중 하나였다.

◇中 언론 불신도 한몫

네티즌들의 발빠른 움직임은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의 피해 보도를 앞당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화통신은 지진 피해 소식을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자세하게 타전하고 있다. 보도 초기 4~5명에 불과하던 사망자수가 밤새 1만명선으로 늘었다. 자연재해 등 자국 내 사건사고 소식 보도를 꺼리는 중국 언론의 특성상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달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중국 정부의 언론 통제가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세계는 아직 중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는다. "중국 언론의 보도가 정확할까? 의도적으로 피해 규모를 축소하진 않을까?"하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중국 정부가 최근 보도 규제 내용을 완화한 후 중국 감옥에서 보도 내용과 관련, 옥살이를 하고 있는 기자의 수는 최소 29명(블로거 19명 포함)으로 급감했다.

신뢰도가 문제

인터넷 이용자수에서 세계 2위인 중국 시민저널리즘의 힘은 막강했다. 최근 미얀마 사이클론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시민저널리즘은 정상적인 취재가 힘든 긴급상황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하지만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했을 당시 온라인을 통해 전해진 소식은 극히 적었다. 인터넷 기반이 미미한 미얀마 내 상황을 고려할 때 시민저널리즘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지도 모른다.

블로깅이나 시민저널리즘은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신뢰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2일 밤 베이징은 또다시 지진 공포에 떨었다. 12일 밤 10~12시(현지시간) 베이징에서 규모 2~6 사이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기 때문. 하지만 이는 곧 중국 지진국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네티즌들이 잘못된 정보를 퍼나르면서 뜬소문이 사실로 둔갑, 삽시간에 불특정 다수에게 확산된 경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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