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밴업계로 불똥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2008.05.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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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진행되는 가운데 가맹점 관리를 대행하는 부가가치통신망(VAN·밴)사업자들과 카드업계 간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가 낮아졌으니 업무처리비를 깎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밴 업계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카드사와 계약을 거부하고 있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비씨카드 등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맞춰 밴업체들에 승인수수료를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밴업체들은 전산결제망 운용을 대행하며 수수료를 받는다. 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밴업체들이 카드결제 1건당 받은 승인수수료는 70~80원가량이다.



카드사들은 그러나 올해부터 밴업체들에 승인건수와 비례한 '슬라이딩제 수수료체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슬라이딩제를 도입할 경우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하곤 대부분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게 밴업계의 시각이다.

밴협회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슬라이딩제의 경우 밴사 수익이 현재보다 20~30%가량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일부 업체는 원가 이하인 건당 50원까지 수수료가 떨어질 수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체크카드 수수료 문제도 이슈로 등장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같은 건당 80원가량의 수수료를 받아왔는데, 카드사들은 이를 30~40원으로 낮추라고 요구한다.

케이에스넷이나 나이스정보통신 등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곤 카드사들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카드사들과 계약을 거부하는 업체들도 많다.

중형업체인 A사는 카드사들과 계약이 지난해 말로 종료됐지만 새로운 조건이 불리하다며 재계약을 거절했다. 소형사인 B사도 카드결제 승인업무는 계속하고 있지만 카드사들과는 계약이 종료된 상태다.


밴업체에서 하청받는 대리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대리점은 전국 600곳가량 있는데 가맹점 단말기 설치 및 관리, 전표공급·수거 등을 대행하고 밴사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밴사들이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입이 줄어드니 이들 역시 늘어나는 인건비를 충당하기 만만치 않다.

대리점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버틸만 하지만 밴사들이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더욱 낮아지고, 결국 대리점까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사업을 중단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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