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탕산지진 때는 모택동이 죽었는데...

머니투데이 박형기 통합뉴스룸 1부장 2008.05.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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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탕산지진 때는 모택동이 죽었는데...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티베트 독립 시위에 이어 쓰촨성 대지진까지 각종 악재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쓰촨성은 티베트로 향하는 길목으로,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에서 티베트의 성도인 라싸까지 직항편과 직통열차가 있어 쓰촨성은 티베트를 가는 사람이 꼭 들러야하는 코스다.



쓰촨(四川)성은 4개의 강이 흐른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 수자원이 풍부해 예부터 하늘이 내린 땅이란 뜻인 천부지국(天府之國)이란 별명이 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의 고향이기도 하다.

쓰촨성에서 발생한 지진은 13일 오전 현재 1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약 30년 전인 1976년 베이징 인근의 탕산(唐山) 대지진 때와 같은 강도인 진도 7.8의 강진이었지만 인명피해는 훨씬 적다. 탕산 대지진 때 인명피해는 24만 명에 달했다. 이번 지진이 탕산 대지진 때와 같은 강도임에도 인명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지난 30년간 자연재해에 대한 예방 시스템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탕산 대지진이 발생했던 76년 중국은 마오쩌둥의 경제 실패와 오랜 독재로 민심이 흉흉했다. 이 때 대지진이 발생했고, 호사가들은 국가에 대변란이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호사가들의 예언대로 그해 신중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사망했다. 탕산 대지진이 발생했던 날이 7월 28일이었고, 그해 9월 9일 마오쩌둥이 사망했다.

중국은 하늘이 황제를 내린다는 '천명(天命)'사상이 있어 자연재해는 정치권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는 믿음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지진은 무슨 재앙을 예고하는 것일까.

공산당의 몰락, 정치지도자의 유고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산당은 비약적인 경제발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고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공산당 지도자가 하나 죽는다고 해서 중국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중국 지도부는 집단지도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중국 최대의 행사는 단연 베이징 올림픽이다. 중국 지도부는 베이징 올림픽을 중화민족의 부흥을 알리는 선전의 무대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사상 최대규모가 될 전망이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예단할 수 없다. 세계적 여론이 안 좋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연초 발생한 티베트 사태가 국제적인 여론을 중국에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쓰촨 대지진은 석탄일에 발생했다. 인터넷에서는 중국이 불교국인 티베트를 탄압하자 부처님이 노해서 대지진이 발생했다는 농담까지 나돌고 있다.

중국 당국의 주장대로 티베트 독립 시위는 노회한 달라이 라마의 외곽 때리기 전술일 가능성이 크다. 티베트의 입장에서 볼 때, 베이징 올림픽은 티베트 독립을 국제사회에 환기시킬 가장 좋은 무대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승려들에게 독립시위를 명령했을 가능성이 크고, 독립 시위는 국제사회에 티베트 독립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다.

티베트는 대륙을 해방시킨 중국 공산당이 '인민 해방'이라는 명분아래 강점한 땅이다. 당시 티베트를 점령한 장본인이 덩샤오핑이다. 덩샤오핑은 서남군구 사령관으로 티베트를 중국의 품에 안겼다. 티베트는 한족과 다른 문화와 종교, 그리고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티베트가 중국의 땅이라면 한국도 중국 땅이라고 할 수 있다.

티베트 독립 요구 시위가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중국인들은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의 성화 봉송 과정이다. 중국의 유학생들은 티베트 독립을 외치는 시위대와 맞닥트리자 이를 말리는 경찰은 물론 선량한 시민까지 폭행했다. 그날 서울 거리는 오성홍기로 뒤덮였다.

당시 중국 시위대는 중국의 민족주의는 다른 민족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중국의 민족주의는 ‘중국 민족주의’가 아니고 ‘중화주의’다. 중국은 다르다는 것을 문자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 여부는 중국이 중화주의를 얼마나 억제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중화주의가 많이 발현될수록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만의 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쓰촨 대지진이 부처의 경고가 아니라 중화주의에 대한 경고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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