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체감경기 '신음', 감세가 해법?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이상배 기자, 이학렬 기자 2008.05.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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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I, 상반기 경제전망 발표
- 4.8% 성장, 4.1% 물가상승 전망
- KDI, 금리인하에 부정적 의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5%대 성장' 뿐 아니라 '3%대 물가'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진단이다.



KDI는 이 가운데 '물가'를 먼저 잡으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성장'에 방점을 찍고 금리인하를 종용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국책연구기관마저 고개를 저은 셈이다.

◇체감경기는 성장률보다 더 나쁠 듯= KDI는 12일 발표한 '2008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4.8%로 내려 잡았다. KDI는 "우리나라 경제가 경기확장 추세를 마무리하고 완만한 경기둔화 추세로 전환되는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호조세 덕에 성장률은 지난해(5.0%)와 비슷한 4.8%를 유지하겠지만 내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가격 인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KDI의 분석이다.

이 결과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지난해(3.9%)의 절반에 가까운 2% 안팎에 그칠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 성장률에 비해 체감경기는 훨씬 나쁠 것이란 전망이다.

KDI는 특히 "우리 경제는 원유 도입을 위해 지난해 600억달러를 지출했으나 올해는 800억달러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가 상승만으로 내수 지출에 사용할 수 있는 구매력이 GDP의 2% 수준인 200억달러 감소하는 부담이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출(금액기준) 증가율의 경우 미국 경제의 하강이 가시화되고 있음에도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급등으로 오히려 지난해 14.2%에서 올해 18.4%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동철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수출이 잘 나가고 수출입 차이가 커지면서 회계적인 계산상으로는 성장률이 올라가겠지만 내수는 둔화돼 경제적으로 즐거운 의미는 아니다”며 “생산이 잘 돼도 구매력이 받쳐주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 4%대"=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4.1%로 올려 잡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4년 8월(4.8%)이후 3년8개월만에 처음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물가안정 목표범위(3.0±0.5%) 이상으로 급등했으며 최근에는 환율 상승이 전반적인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옴에 따라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5%대 성장' 전망을 접은 곳은 KDI만이 아니다. 앞서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0%에서 각각 4.7%, 4.9%로 내려잡았다. 금융연구원은 당초 4.8%였던 전망치마저 4.5%로 낮췄다.

최근 한국은행은 아예 성장률이 4.5%도 안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8일 "현재 상황에서 4.5% 성장보다 높은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고 말했다. 당초 한은은 올해 4.7%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물가에 대한 전망도 나을 게 없다.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 상한선 3.5%을 훌쩍 뛰어넘어 이제는 4%대 전망까지 나왔다. 한은도 올해 3%대 후반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8일 "3분기쯤에는 물가상승률이 관리 목표 상한선인 3.5% 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3분기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장보다 물가안정 우선"〓 '5%대 성장'과 '4%대 물가'라는 불편한 조합을 놓고 KDI는 물가를 우선 잡으라는 처방전을 내놨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통화당국의 물가안정 의지에 대한 경제주체의 확고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통화정책은 신중히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셈이다.

KDI는 확장적 재정정책의 방식으로 '감세'만을 예시했을 뿐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추경 편성보다는) 감세 쪽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론적으로 재정지출 확대는 거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이고 효과가 빨리 나타났다 빨리 사그라지는 측면이 있는 반면 감세는 효과가 이보다 덜 나타나고 완만하게 지속된다"고 덧붙였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할 정도의 경기둔화 국면은 아닌 만큼 감세 등을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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