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M&A 소화불량'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08.05.1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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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키운 M&A 전략 '부메랑'으로… 관련업체 사태수습 부심

유통업계가 인수·합병(M&A)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1~2년새 유통업계는 굵직한 M&A가 잇따랐다. 매머드급 M&A가 성사될 때마다 신종 금융 기법, M&A 귀재 등 찬사가 이어졌지만 덩치만 키운 M&A 전략은 '부메랑'이 되어 기업의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 그룹 M&A에 동원돼=명품 백화점 갤러리아로 유명한 한화갤러리아는 유통업과 무관한 그룹 차원의 M&A로 불똥이 튀었다.



한화갤러리아는 제일화재에 502억원을 출자키로 했다. 제일화재에 대한 메리츠화재의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 한화그룹이 '백기사'를 자처, 계열사를 동원해 제일화재 인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의 제일화재 출자는 자기자본대비 11.67% 해당되는 규모다. 한화갤러리아는 제일화재 주식 취득 후 지분율이 12%가 된다.



업계에서는 경쟁 구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 본업에 대한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시점에 한화갤러리아가 그룹 차원의 '돈줄'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한화갤러리아는 매출은 2497억원으로 전년대비 6% 신장했지만 순이익은 지분법 평가손실 등으로 126억원에 그쳐 전년대비 70% 급감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상황에 따라 한화갤러리아의 자산매각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의 압구정, 수원 부지와 건물은 공시가가 총 5200억원에 달한다.


◇이랜드, 긴급수혈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이랜드그룹도 한국까르푸(현 홈에버) 인수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지만, 인수 초기부터 예견됐던 결과라는 평가다.

이랜드그룹의 한국까르푸 인수자금은 총 1조7100억원으로 이중 자기자본은 280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외부 유치자금을 동원했다.

과도한 차입인수(LBO) 방식에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대규모 자금 재조달(리파이낸싱)에 나섰다.

이랜드그룹은 이달초 영국 사모펀드 퍼미라와 4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에 성공, 자금 압박에 일단 숨통을 텄다. 투자가 최종 확정되면 홈에버는 3400억원 가량의 부채를 일시에 상환할 수 있게 돼 연간 220억원 정도의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부채비율도 지난 3월 현재 696%에서 250% 이하로 낮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추가 자금 재조달 성사 여부와 노조와의 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점, 경쟁 대형마트대비 영업효율이 여전히 바닥권인 점 등이 부정적인 전망을 더하고 있다.

◇유진그룹, 신용등급 '강등'=지난해말 하이마트를 인수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커진 유진그룹은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지난 2일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유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유진기업과 고려시멘트, 기초소재 등 세곳의 기업신용등급은 'BBB―'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을 기존의 '점진적 관찰'에서 '부정적'으로 강등시켰다.

하이마트의 사업경쟁력과 영업현금창출력이 양호하고 인수가도 적정하지만 차입인수(LBO)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과중하다는 판단때문이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내부자금 6000억원, 차입금 1조4000억 원 등 약 2조원에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유진그룹의 재무적 부담 가중으로 인한 우려로 그룹 핵심 계열사인 유진기업은 지난해 12월 하이마트 인수 발표 이후 9일까지 주가가 27% 떨어졌다.

시장 우려가 고조되자 유진그룹은 IR를 자처, 진화에 나섰다. 유진그룹은 오는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이마트 인수 등과 관련한 재무 구조 개선안을 포함, 주요 경영현황을 밝힐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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