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성장, 3%대 물가' 물건너가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이학렬 기자 2008.05.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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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우울한 그림을 내놨다. 올해 '5%대 성장' 뿐 아니라 '3%대 물가'도 어렵다고 했다.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에 가까운 상황으로 '성장'과 '물가' 두마리 토끼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KDI는 이 중에서 '물가'를 잡으라고 주문했다. '성장'을 선택하고 금리인하를 종용하는 정부에 대해 국책연구기관마저 등을 돌린 셈이다.



KDI는 12일 발표한 '2008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4.8%로 내려 잡았다. KDI는 "우리나라 경제가 경기확장 추세를 마무리하고 완만한 경기둔화 추세로 전환되는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사실상 올해 '5%대 성장'은 어렵다고 본 셈이다. '5%대 성장' 전망을 접은 것은 비단 KDI만이 아니다. 앞서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0%에서 각각 4.7%, 4.9%로 내려잡았다. 금융연구원은 당초 4.8%였던 전망치마저 4.5%로 낮췄다.



최근 한국은행은 아예 4.5% 이하의 성장을 예상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8일 "현재 상황에서 4.5% 성장보다 높은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고 말했다. 당초 한은은 올해 4.7%의 성장률을 전망했었다.

물가에 대한 전망도 나을 게 없다.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 상한선 3.5%을 훌쩍 뛰어넘어 이제는 4%대 전망까지 나왔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2.8%에서 4.1%로 올려 잡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4년 8월(4.8%)이후 3년8개월만에 처음이었다. 유가가 급등한 탓이 컸다.


한은도 올해 3%대 후반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8일 "3분기쯤에는 물가상승률이 관리 목표 상한선인 3.5% 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3분기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대 성장'과 '4%대 물가'라는 불편한 조합을 놓고 KDI는 물가를 우선 잡으라는 처방전을 내놨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통화당국의 물가안정 의지에 대한 경제주체의 확고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통화정책은 신중히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에 대해 사실상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셈이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에 대해 KDI는 언급을 피하는 한편 확장적 재정정책의 방식으로 '감세'만을 예시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추경 편성보다는) 감세 쪽으로 가는 것이 좋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할 정도의 경기둔화 국면은 아닌 만큼 감세 등을 통한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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