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자부심 가질 수 있는 정치가 중요"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5.13 13:22
글자크기

[나에게 정치란]

손학규 "자부심 가질 수 있는 정치가 중요"


#지금이야 '실용'하면 이명박 대통령을 떠올리지만 실용을 맨 먼저 내세운 건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다.

지난해 대선 때 손 대표가 내세운 구호는 실사구시. '실업 걱정 없는 나라'의 '실'과 '사교육비 부담 없는 사회'의 '사' 등 실사구시란 4글자는 그의 실용 정신을 함축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단어는 '경제'였지 실용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지율'이라는 현실적인 조건 앞에서 원조 논쟁은 무의미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을 적극 내세웠고 손 대표 주변에선 "좋은 구호를 빼앗겼다"는 자탄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도 손 대표에겐 '실용'이 최대 화두다. 핵심은 이념에 갇히지 않는 유연한 사고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적극적이다. 야당 내 반대 기류가 여전하지만 그는 단호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 손에 빵 하나라도 더 쥐어줘야 한다"고 강조해온 손 대표로선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야당 대표로 "협력할 건 협력하겠다"고 말해온 이유도 여기 있다.



손 대표는 정치를 한 두 단어로 정의하지 않았다. 대신 모든 것을 함의하는 단어로 '국민'을 내세웠다. 그의 실용정신이 향하는 목적지가 국민이다.

"국민들을 편안하고 잘 살게 해 주는 게 정치죠. 국민들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해 주는 것…. 모두 잘 살고 편안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손 대표가 실용정신에 눈을 뜬 건 1980년대 영국 유학시절이었다. 당시 공고한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 출신 유학생들은 한국을 부러워했다. 이유는 단 하나, 경제발전때문이었다. 손 대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독재자'로 지탄받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해외에선 추종의 대상이었다.


마침 영국 등 유럽에선 좌파와 우파가 각자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손 대표가 훗날 "이념에 집착하기보다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며 실용을 강조하게 된 것도 이때의 경험과 고민이 밑바탕이 됐다.

▲손학규 대표, 2007년 민심대장정▲손학규 대표, 2007년 민심대장정
손 대표의 실용 정신은 민심대장정에서 꽃을 피웠다. 손 대표는 2006년 여름, 꼬박 100일동안 전남 장성에서부터 독도까지 전국을 누볐다. 탄광, 농촌, 건설현장에서 땀 흘리며 국민의 손을 잡았다. 2007년 대선을 위한 경선을 앞두고 또다시 대장정에 올랐다.

민심대장정은 '민생'과 '실용'을 우선하는 그의 고민이 빚어낸 성과다. 다른 정치인들이 넘볼 수 없는 그의 독창적 브랜드다. 민주당 대표가 된 뒤에도 그는 꼬박꼬박 민생 현장을 찾았다. 최근 전북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했을 때도 그는 거기 있었다.

#정치 불신의 시대다. 실용을 강조하는 대통령마저 '여의도식 정치'와 거리를 둔다. 정치인 스스로 정치를 비하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정치는 종종 비실용과 동의어쯤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손 대표에게 정치와 실용은 등돌린 사이가 아니다. 오히려 실용정신을 통해 정치가 더욱 빛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손 대표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정치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치를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이라고 자기비하 해서는 안 돼요. 그러려면 정치 그만둬야죠. 우리 역사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해야지요."

손 대표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저는 자부심, 자존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내 나라와 내 지역을 위해 무엇을 했다 하는…. 자기 스스로를 존경하지 않는 사람을 누가 존경합니까. 또 정치인이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고 존경한다면 허튼 길로 가겠습니까."

인터뷰 말미에 손 대표는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실용정신을 구현하자면 도전이 필수란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머니투데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머니투데이가 역사는 길지 않지만 언론계에 새로운, 청신(淸新)한 에너지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해요. 그런 산뜻한 도전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정신이 돼야 합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