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겉만 번지레한 투자계획을 들고 명동을 찾은 건설사들은 줄줄이 퇴짜를 맞고 있다. 시장의 믿음을 얻지 못해서다. 이들 건설사에 대한 명동의 평판은 고스란히 제도금융권으로 이어진다.
A건설사는 '비밀주의'로 유명하다고 한다. 사업상 기밀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웬만한 건설사들의 정보를 꿰고 있는 명동 사채업자도 A사의 '비밀주의'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
B건설사는 '실적 부풀리기'로 평판이 좋지 않다고 한다. 몇달 전부터 해외자본이 들어온다는 풍문이 돌았으나 여전히 이렇다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 B사는 발표만 남겨놓은 상황이라고 하나 명동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
B사 어음은 명동시장에서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하청업체에 대물변제를 하는 등 자금 상태가 악화됐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명동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권 심사역들을 초청해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면서 "과연 얼마나 많은 심사역이 이들의 설명을 믿어줄지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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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으로 위기 돌파=C사와 D사는 위기를 '솔직함'으로 돌파한 건설사로 꼽힌다. C건설사는 5년 전만 해도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자금부장이 직접 명동 사채시장을 뛰었다고 한다.
현재는 오히려 금융권에서 먼저 영업에 나설 정도. C사가 사업전략을 잘 세웠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기에서도 솔직히 이야기하고 도움을 구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D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D사는 우량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 하지만 회사 사정을 솔직히 전하면서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명동 관계자는 "당장은 금리가 상승해 불리하겠지만 기업 이미지가 좋아지고 사업 계획에 대한 신뢰도도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