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일꾼]이변 연출한 32년 경제통, 김광림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05.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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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일꾼]이변 연출한 32년 경제통, 김광림


김광림 무소속 당선자의 18대 총선 승리는 의외였다. 한나라당 텃밭인 경북 안동에 '친박근혜'와 무관한 순수 무소속으로 출마했기 때문이다.

상대는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의 특보로 일했던 허용범 한나라당 후보였다. 대결은 혼전 양상을 보였지만 결국 김 당선자가 15%포인트의 격차로 허 후보를 눌렀다.



애초에 선거에 출마할 뜻은 없었다. 참여정부 때도 수차례 출마를 권유 받았지만 고사했다. 그러나 고향 사람들의 '강권'은 뿌리칠 수 없었다. 세명대 총장이란 직함도 후보 등록 당일에야 내놨다.

한나라당 텃밭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그것도 '친박근혜'와 만만치 않은 싸움이었다. 하지만 안동시민들은 그를 "잃어버린 '안동 경제' 10년을 되찾고 거듭된 선거로 분열된 안동을 화합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생각했다.



무소속 후보에게 '조직'이 없는 건 당연지사. 대신 선거사무소엔 자원봉사자들로 가득했다. 그 중엔 중학교 때 기차역에서 좌판 장사를 할 때 만났던 동료들, 밤에만 나와 선거운동을 돕는 식당 아주머니들, 수업 후에 일손을 돕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3대에 걸친 20명의 대가족과 함께 살았다. 그 때 할머니는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는 말을 하곤 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늘 사람 관계를 잘 유지하라는 뜻이었다.

그는 32년간 공직생활을 하며 늘 이 말을 새겼다. 그가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처음 발령받은 곳은 경제기획원이었다. 이곳에서 진념 전 경제부총리와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이기호 전 노동부 장관을 만났다.


지방대(영남대 경제학과), 그것도 야간대 출신의 김 당선자는 서울대 상대 출신 일색이던 경제부처에서 제일 먼저 출근해 제일 늦게 퇴근하며 성실한 모습을 각인시켰다.

1997년에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영남 출신에 김영삼 전 대통령 비서실장실에서 일했던 그의 입지는 흔들렸다. 하지만 김 당선자를 눈여겨봤던 진념 전 부총리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그를 재정기획국장으로 데려갔다. 그는 "그 때 할머니 말씀은 수천년의 지혜가 녹아있는 생활의 말씀이란 걸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후 김 당선자는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특허청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수석 전문위원도 했고 특허청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 때는 재경부 차관을 역임했다. 이후엔 교육자로 변신해 세명대 총장으로 일했다. 그는 후배 공무원들에게 "어느 정권에서든 벼슬 속도가 내공의 속도를 앞지른 사람 중에 온전한 사람은 없다"는 뼈있는 말도 남겼다.

김 당선자는 활동하고 싶은 국회 상임위가 많다. "일한 경험으로 보면 재정경제위인데 대학 총장 경력에 비춰 보면 교육위가 맞는 것 같고 또 농업고 출신에다 지역구를 다니며 농촌 현실을 겪은 경험으로 따지면 농림해양수산위에서 일하고 싶기도 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그의 종횡무진 활약을 기대해본다.
 
△경북 안동·1948년생 △영남대 경제학·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석사·경희대 대학원 행정학박사 △경제기획원 예산총괄과장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장 △특허청장 △재경부차관 △세명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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