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경제, 스태그플레이션인가?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2008.05.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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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저성장 상황'엔 이견 '경기부양 필요성'엔 한목소리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속 고물가) 상황에 진입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고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하락할 것이라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올해 4.5%보다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이 어려우며 4.5%나 그 이하 성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물가에 대해서도 "하반기 한은의 물가전망이 바뀌었다"며 "3/4분기쯤에는 관리 목표 상한선인 3.5% 수준으로 올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3/4분기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는 당초 예상보다 상승세가 지속되고 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아지는 전형적인 '저성장 고물가' 상황을 예견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인가?

이같은 이 총재의 관측에 대해 연구소들은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교수는 "인플레이션은 확실한 상태이고 스태그네이션(장기간의 저조한 경제성장)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라면서 "그동안 우리의 성장률 수치가 높았다는 차원에서 보면 4%대 초반의 성장률은 스태그네이션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 스태그네이션의 복합어로 인플레이션이 확실한 현 상황에서 스태그네이션도 복합된 상황인 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유 교수는 "미국의 경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상태를 스태그네이션으로 정의하지만 우리의 경우 그동안 미국보다 높은 고성장을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볼 때는 4%대 초반의 성장률은 저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전략본부장도 "엄밀한 의미에서 과거 오일쇼크 때처럼 물가가 10%이상 급등하고 성장률은 0%로 떨어져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 선상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적어도 스태그플레이션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판단하기는 이른감이 있다"며 "아직까지는 수출이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실물경기가 부진하다는 확연한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다만 "경기부진이 진행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과거 스태그플레이션 때와 비교해 보면 물가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며 "(현 상황을)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지나친 면이 있고 '저성장 고물가' 상황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오일쇼크 당시에는 물가가 두자리 숫자를 기록했다"며 "전반적인 상황으로는 당시와는 차이가 있지만 2000년 들어 저물가 상황이 지속됐다는 측면에서는 체감물가는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 연구실장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어서 현재의 수치로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환율상승과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확실히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난국 타개 해법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경기진작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순우 실장은 "내수진작책이 필요하며 그에 따른 물가 자극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규 본부장도 "내수가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요를 진작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투자와 소비, 고용을 유발할 수 있는 경기부양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종일 교수는 "경기부양책 사용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며 "정말 경기하강이 심화된다면 감세나 추경편성같은 재정정책이 필요하겠지만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복 연구위원은 "경기하강이 예상된다면 경기부양책도 사용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중에 어느 정책에 중점을 둘 것인지, 현 상황이 경기부양책이 과연 필요한 시점인지 등을 냉정히 판단하는 게 먼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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