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13일(11:5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유럽은 가계와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이 평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긴급상황"-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
작년말 이후 주요 국가들의 물가지수(CPI)는 동반 상승세다. 고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유로존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말 대비 4월말 현재 절상·절하율
하지만 유로존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환율이다.
원화환율은 작년 하반기를 정점으로 상승 추세를 그리면서 달러화에 대해 4월말 현재 전년말 대비 6.15% 절하됐다. 오히려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로존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과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년동안 환율 하락 심리가 과도했던 것에 대한 반작용 속에 수급상으로도 상승이 추세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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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도 우리나라와 같이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지고 있지만 통화 강세라는 '히든 카드'를 쥐고서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셈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율 상승을 유도하면서도 금리 인하까지도 고려하고 있어 물가 측면에서의 정책 여건은 상당히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에 의한 것이다. 이로 인해 환율과 금리정책 모두에서 물가가 외면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환율로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와중에 경기도 살아나지 않을 경우 금리마저 내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한 이코노미스트는 "성장을 추구하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이때문에 물가가 치솟는다면 결국 실질적인 성장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며 "높은 숫자로 나타는 허울뿐인 성장률 달성 목표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은 무리가 있다"며 "환율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금리는 향후 내리는 쪽으로 가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잘 살아나지 않는 내수보다는 확실한(?) 수출 쪽에 드라이버를 걸겠다며 계속해서 환율을 위로 이끈다면 앞으로 금리 정책의 운신폭은 점점 좁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