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엔 MB친형도 美쇠고기 안된다더니…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8.05.0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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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네티즌들이 올린 이계진 의원의 활동사진↑네티즌들이 올린 이계진 의원의 활동사진


이건 좀 심하다. 정치인의 태도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야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라면 얘기가 다르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쇠고기협상 관련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실망했고 혼란스러웠다. 질문에 제대로 답변 못하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그렇지만 몇몇 여당 의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지난해와 너무 달라 놀라웠다.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이 특히 그랬다. 그는 지난해 '한미FTA 졸속 체결을 반대하는 국회 비상시국회의'에 가입해 누구보다 미국산쇠고기 수입 문제에 앞장서 활동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산쇠고기 수입중단 촉구 결의안'을 공동발의하기도 했다. 그의 블로그에 달린 7일자 이전 댓글에 유달리 "의원님만 믿는다"는 글들이 눈에 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그가 "미국산쇠고기 수입에 반대하셨지 않느냐"는 한 참고인의 질문에 "제가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다고요?"라고 반문한 뒤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뒤늦게 8일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 오해다"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하다.



사실 이 의원만 탓할 순 없다. '미국산쇠고기 수입중단 촉구 결의안'에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의원이 25명이나 발의에 참여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도 포함돼 있다.

이중 이번 청문회에 참여한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은 이계진 의원을 비롯해 김영덕, 홍문표, 이강두 의원 등 모두 4명이다. 이들은 청문회 도중 "국민건강 위협시 수입중단"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공격'보다는 '수비'로 전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 것을 이명박 정부에서 마무리만 했을 뿐"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광우병 위험물질이 검출됐으나 우리 검역당국은 현장조사 한번 하지 않고 미국의 문서 해명만 받은 뒤 검역중단 조치를 해제했다"(김영덕 의원, 2007년8월29일 임상규 농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고 비판하던 자세, 같은 날 "농해수위에서 수차례 수입재개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지난 23일 권 부총리가 주무장관인 박홍수 농림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다급하게 재개 결정을 했다. 인사청문회를 뒤로 미루고 권 부총리를 불러 이에 대한 해명을 받아야 한다"(홍문표 의원)던 기개는 다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다.


정부가 지난 2일 정부합동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광우병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매일 인터넷 접속 하기가 무서울 정도로 온갖 유언비어와 괴담이 쏟아지고 있다.

"광우병 발병 확률이 47억분의 1",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하면 99.9% 안전" 같은 '확률적' 언사들이 먹히지 않는다. 국민들의 공포를 해결할 방법은 오직 하나 정부의 솔직하고 책임 있는 자세 뿐이다. 생명 앞에 99.9%는 여전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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