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따라 기준금리가 상당기간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이를 의식한 듯 이성태 총재가 “다음달에도 동결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밝혀 금리인하 여지를 남겼다.
이 총재는 “한은 내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4.5%나 그 이하 성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물가도 3.3%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 될 것이고 경상수지 적자규모도 30억달러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은이 내놓은 올해 전망치를 송두리째 바꿔 버린 것이다. 이같은 궤도수정에는 국제유가 등 대외변수와 물가 상승이라는 대내변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환율도 달러당 1000원선을 넘어서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환율은 이날 1036원으로 시작해 1040원선을 드나들었다.
유가 역시 배럴당 120달러선을 돌파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시중 유동성 역시 3월 광의통화(M2)가 전년동기 대비 13.9%가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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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서 신임 금통위원들 역시 금리인하의 ‘총대’를 메기가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도 출렁=금리 동결과 인하 예측이 팽팽히 맞서 있던 만큼 시장의 출렁임도 컸다. 금리동결 소식이 전해지자 국고채 금리는 이날 오후 5.14%수준에서 호가가 이뤄지면서 전일대비 0.16%포인트 상승했다. 3년물 국고채 지표금리가 5.0%를 넘어서기는 지난 4월 금통위 이후 한달만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달 금통위 후 이성태 총재가 물가보다는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5월중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물가가 4.0%를 넘어서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리 ‘동결’ 전망으로 쏠려, 인하론과 동결론이 팽팽히 맞서는 국면이 전개됐다.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미 골드만삭스가 금리동결 가능성을 예측한데다 환율상승과 유가급등, 시중 유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상승 영향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해 졌다는 반응이 이미 반영된 때문이다.
◇금리인하는 언제쯤?=이 총재의 물가 상승 발언으로 앞으로 상당기간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벌어지는 미국과의 금리격차에 대해서도 별 걱정하지 않는다고 이 총재는 밝혔다. 그는 “자본유출입이 자유로운 경제에서는 금리격차는 항상 있다”며 “금리격차가 없어져야 자본에 의한 국가경제의 교란이 없을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자본의 유출입이 통화정책의 효과를 일부 제약할 수는 있어 유심히 관찰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자본 자유화 시대에서는 어차피 금리수준은 각 국의 경제사정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금리격차에 따라 들어온 외국자금이 국채나 안정채권에 상당부문 투자돼 있는데 그 부분에 무슨 문제 생기지 않는지, 원만히 대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당국간 논의와 관찰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금리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비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치는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 총재는 “5월은 (금리 인하할)때가 아니라고 결정한 것이지 6월 이후까지 변경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에 금리를 동결했다고 다음달도 동결이라고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금리인하 여지를 남겼다.
그는 “금통위로서 유의하는 것은 경제의 흐름을 너무 짧은, 당장 일어나고 있는 것만 주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라며 “6개월이나 1년 정도로 조금 길게 보고 정책을 수행해 나가겠다는 점을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 많이 얘기했다”고 전했다. 현재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는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경기침체에 대비한 선제적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