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지수 조정 본격화되나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5.0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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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성의 본질..1800선이 분기점

다우와 S&P500 지수가 지난달 11일 이후 한달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현재까지는 주봉이 음봉을 나타내고 있다. 이 상태로 주말까지 간다면 3주 연속 양봉이 종지부를 찍게 된다.

5월말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전망이 무의미하지만 만일 5월 월봉이 음봉을 기록하게 된다면 지난 4월 6개월만에 양봉으로 전환된 것이 일시적인 반등(Dead Cat Bounce)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전날 미증시 하락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투자은행의 상세 정보 공개 방안을 추진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SEC는 베어스턴스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안으로 월가 금융기관들의 자본 규모 및 유동성 수준에 대한 상세한 내역을 공개토록 할 방침을 정했다.

크리스토퍼 콕스 SEC 위원장은 "베어스턴스 사태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신뢰의 위기에서 자본과 유동성에 대해 믿을만하고 현재 상황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씨티은행(-5.4%), 뱅크오브어메리카(-3.2%), AIG(-6.9%), 아메리칸익스프레스(-4.4%), JP모간(-3.4%), 메릴린치(-5.6%), 모간스탠리(-3.8%), 골드만삭스(-4.0%) 등 대부분의 금융주가 급락했다.
전날 8.9%와 7.1% 급등했던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각각 5.7%와 4.8% 떨어졌다.

투명성 제고가 증시나 경제에 있어 일반적으로 호재로 작용하지만 현재 미국 금융시장 상황에서는 베일을 벗기는 것이 부담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자본과 유동성 상황을 낱낱이 밝힌다면 최근 연이은 자본 확충 발표만으로 위기를 넘기려고 하는 월가 은행들이 다시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의 부실여부와 신뢰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면서 1분기 생산성과 노동비용 등 개선된 경제지표가 빛을 바랬다.
하지만 생산성과 노동비용 호전이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것이라면 겉으로 드러난 지표와 실물경기는 딴 판일 수 있다.


미증시 하락에도 불구하고 달러인덱스는 강세를 나타냈다. 73.64까지 오르면서 지난 2일 고점에 접근했다. 그러나 105엔선을 회복했던 엔/달러 환율이 다시 104엔대로 밀린 것에서 보듯 달러가 자체적인 강세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 유로화 약세의 반작용이었다.

국제유가(WTI)는 이틀 연속 사상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과거와 달리 국내 경제의 석유의존도(국내 [석유 수요량*WTI 가격]/명목 GDP)가 13.1%(2006년 기준)로 지난 1990년대 평균에 비해서 -14.5%p 나 낮아졌기 때문에 국제 유가급등에 따른 충격이 과거에 비해서 낮을 것(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유가 상승이 결코 호재는 아니다.



CRB상품지수도 사상최고치인 420선에 다시 도달했다. 유가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금속이나 곡물 가격도 상승세를 재개할 수 있다.

물론 반도체지수(DXI)가 11일 연속 상승한 호재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날 삼성전자 (62,600원 ▼400 -0.63%) 상승기세가 약화된 것에서 보듯 기업어닝 개선 재료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옵션만기일을 맞아 전날처럼 시장이 하락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 뉴욕증시마저 급락했기 때문에 7조1000억원에 달하고 있는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에 대한 부담이 높아질 것이다.
10일 이평선(1830)까지는 건전한 조정이라는 인식이 유지되겠지만 1800선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1537에서 1868까지 오른 것이 베어마켓 랠리의 완성이라는 진단이 내려질 우려가 있다.



금통위에서 금리인하에 나서지 못하거나 유럽중앙은행(ECB) 및 영란은행(BOE)의 금리결정이 증시에 우호적이지 못하다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부상할 수 있다.

인플레는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에 명목 주가 상승에는 도움이 된다. 증시에 대한 장기투자가 힘을 얻는 것도 인플레가 지속되는 한 명목 주가는 끊임없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에 기초한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은 다르다. 경기 침체 속에 전개되는 고물가는 주가에 가장 해로운 독이 될 수 있다.
미국 및 전세계 금융기관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겪어보지 못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된다면 아마도 무조건적인 장기투자 외침은 다소 진정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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