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수입중단' 통상마찰 불가피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8.05.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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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마찰 각오하고 광우병 발생시 수입중단
-재협상 여부 놓고 한미간 갈등 소지
-미국측은 "재협상은 물론 개정도 불가능"

정부가 7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의 개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청문회에서 "통상마찰이 있더라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앞서 전라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수입을 중지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돼 있는 한미간 수입위생조건 합의문과는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다.

한미간 쇠고기 협상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OIE가 미국 지위에 관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수입중단을 못한다.

정부는 변경된 방침에 따라 미국측에 한국 내 상황을 설명하고 관련 협상문 조항에 관한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여론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국제적 기준에 의해 미국의 지위에 현저한 변화가 있을 경우 수입위생조건 개정은 요구할 수 있다는 게 농림수산식품부가 내세운 원칙이다.

농식품부는 또 미국이 향후 일본, 대만 등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우리보다 강화된 수준에 합의했을 경우도 개정요구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미국 지위에 현저한 변화'란 미국에서 광우병이 창궐해 국제수역사무국(OIE)으로부터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상실한 경우가 해당된다.

그러나 미국은 '재협상은 물론 개정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양국간 마찰이 빚어질 전망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수전 슈워브 대표는 이날 "한·미 간에 합의된 쇠고기 협상에 대한 재협상이나 합의 내용을 변경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워브 대표는 "한·미 간에 이뤄진 쇠고기 합의 내용은 광우병 위험 물질을 사전에 제거하도록 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철저한 감독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국 내 반(反) 미국산 쇠고기 정서가 최고조에 달한 민감한 상황에서 한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수입위생조건 재논의 움직임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된 발언으로 분석된다.

실제 수입위생조건 협상대로라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개정 요구를 미국측이 수용하지 않으면 우리 정부로선 별다른 강제 수단이 없게 돼있다.

또 뒤늦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중단 조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이번 수입위생조건 합의가 잘못됐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돼 '협상 실패'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있는데, 내부에서 분란의 소지만 만드는게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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